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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1.27 16:03:57
  • 최종수정2019.01.27 16:03:57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교사 시절에 교장 교감이 부임 첫 인사로 천시는 인화만 못하다는 말을 하면 바야흐로 우리 학교의 분위기는 영 글렀다 여겼다. 대개 그런 말 하는 사람일수록 인간관계에 배치되는 언행으로 실망을 주었기 때문이며, 업무로 만났으되 남는 것은 관계라고 말했던 필자 역시 이러한 비평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물론이다.

제7차 교육과정이 고시되고 2001년에 전임자의 뒤를 이어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파견된 선생님 두 분과 근무하면서 폭주하는 업무 때문에 좀 더 부드러운 사무실 분위기로 좋은 관계 형성에 미흡했고 파견 교사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공감해주지 못했던 것은 지금도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모신 다섯 분 선생님 모두 전문직으로 나가게 되었으니 파견자 본인이야 자기네 고생으로 합격했다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지인지감이 있다는 평도 듣게 되었다. 교무부장도 안 해본 사람이 교육과정을 담당하기에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주변의 우려로 걱정하는 교육감님께 2개월의 말미로 국내외 교육과정 관련 서적을 독파하고 타시도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전국을 선도하는 충북을 만들 테니 염려 놓으시라 했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치기 어린 행동이었다.

한 장의 공문으로 학교가 바뀌는 교육과정 업무가 너무 부담스러워 전국단위 워크숍에서는 밤잠을 줄여가며 머리 맞대고 문제점과 해결책 추론에 고심을 거듭하였고, 교육부 관계자들은 곁에서 메모를 해 가며 추이를 정리하는 것이 우리 연찬회의 모습이었으며 그만큼 정도 깊어졌다. 그간 세월이 흘러 그때 연구사와 장학사였던 사람들은 서너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퇴임을 하였다.

작년 여름 무렵에 교육부에서 고위 관료로 퇴임한 분이 교육과정 장학사였던 분들의 근황이 궁금하다고 전화를 하였다. 다행히 연락처가 있어 안부를 전하자 모두들 반색으로 만남을 대 환영하여 역전의 교육과정 용사들이 다시 뭉치게 되었다. 퇴임 이후 오래간만에 만나도 어찌나 반갑던지 떨어졌던 가족을 만난 이상으로 할 말도 많다. 당초 하루 모임이 소회를 풀기에는 부족하다 하여 금년 겨울에는 목포에서 1박하는 모임으로 전개되었다.

이 모임의 좋은 점은 대화가 통한다는 것이요, 모임 구성원들이 나름 알차고 보람되게 살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강사로, 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외국 교육서적 번역과 강의도 하고, 백두대간을 종주하기도 하고, 과수원을 차려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다. 장학사 때는 교육과정 대비 교육부 평가로 머리를 경주하더니 나이 들어서도 들을 만한 말이 참 많다. 『7가지 교육 미신』의 번역본을 낸 김 소장은 교육의 이행과 수업 전개 중에 교사들이 저지르기 쉬운 잘못과 인성교육 우선에서 주지주의 교육과 학력의 저하 문제와 현행 혁신학교의 공과를 설파한다. 초짜 농부 권 박사는 사과의 예로 인성교육의 문제점을 끄집어 내는데, 숙련된 농부는 썩거나 상한 사과를 절대 성한 사과와 같이 포장하지 않는단다. 그 이유는 썩은 사과 한 알이 전체 상자를 금방 상하게 하는 때문이며 이런 예로 보건대 한 마리의 어린 양이 나머지 양들에게 끼치는 폐해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일이라며 평준화와 차별화에 대한 비교 논리를 유추해 낸다.

선비는 괄목상대로 만나야 한다니 다음 분기에는 상호 얼마나 발전해 있을까 궁금해진다. 모임이 좋으면 가면서 기대되고 돌아오면서 흐뭇한 느낌이 드는 법이라, 우리가 분명 일로 만났으되 따스한 관계를 느끼니 기쁘다.

이제 인연이 되어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에서 퇴계 선생의 유훈을 공부하여 봉사하고 있다. 퇴계선생이 좋아 전국에서 모인 초중고 교장과 행정직 고위관료 출신의 지도위원이 150여명 되는데 이 분들의 경륜과 내공이 깊어 내력을 살필수록 배울 점이 참으로 많다. 퇴임하면 면식이 축소되는데 이런 만남으로 오히려 관계를 넓힐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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