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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은 '서원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주말에 1박 2일간 가족 또는 친지들의 서원 및 퇴계 관련 유적 답사 등을 지도위원이 도와준다. 저렴한 참가비도 장점이며, 참가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기에 아내에게 효과를 얘기했더니 우리 가족도 서원행에 가 보자 한다. 이따금 안동에 가는 할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는 지도 볼 겸 두 딸 아이 가족과 우리 부부랑 모두 8명이 참가 신청을 하였다.

'서원행'은 참가 희망자의 의견을 고려하여 마련되는데 우리는 퇴계 선생의 제자 금난수 선생이 지은 '고산정'과 퇴계 선생의 '태실' 답사를 부탁했다. 딸들이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여름방학 때 도산서원과 영주 부석사에 갈 계획을 세우고는 기왕에 하나씩 맡아 발표해 보라 했다. 어느 날 아이들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봤더니 『동아 대백과 사전』을 방에 한가득 펼쳐놓고 둘이서 징징거리고 있다. 발표 준비를 하려니 너무 막막했나 보다. 큰 애가 도산서당을 발표할 때는 옆에 사람이 없었는데, 둘째가 부석사 관련 내용을 켄트지 전지에 적어 발표할 때는 지나던 사람이 돌발 질문을 해도 막힘없이 대답을 잘했다. 아마 그때 숙제를 완수해 냈기에 후일 공부를 주도적으로 하게 된 듯하다.

둘째가 하필 촬영차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 일정과 겹치게 되어 큰 애 가족만 서원행에 참가하게 되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남편과 함께 두 딸을 데리고 도산서당을 바라보는 큰 애의 심정은 어떨까. 우리를 안내하는 분은 공부가 깊은 이강호 지도위원이다. 선생의 『理學通論』을 풀어 강의하는 듯 도학의 심오한 경지까지 넘나들며 설명을 하는데 어른은 집중하건만 아이들은 곤충 구경에 정신이 팔렸다. 퇴계 종택의 추월한수정에서 종손 어른께 인사를 드리자 손주들과 하이 파이브로 인사를 해 주시는 어르신이 고맙고 꼬마들도 다행히 25분여를 잘 견뎌준다. 어르신이 말씀을 마치고 무릎을 꿇자 바로 앞에 앉아 있던 큰 손녀 지온이도 눈치 빠르게 같이 무릎을 꿇는다. 사위에게는 1인당 1매씩 나누어주던 조복(造福) 봉투를 10여 매 더 주며 친구들에게 주라 하시니 '소원선인다'를 풀고 싶어 하시는 속마음을 알겠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손주들이 오후가 되자 이강호 위원의 팔에 매달리고 재롱을 떠는데 아직 손주가 없는 이분은 처음 당하는 경험에 어색하지만, 함박웃음으로 어쩔 줄을 모른다.

둘째 날 5시 반에는 새벽 산책으로 여느 때처럼 도산서원을 가는 대신에 벼르던 청량산 축융봉을 오르기로 했다. 중간까지 차로 가면 정상을 다녀와도 무리가 없겠다는 계산인데 새벽어둠을 뚫고 가 보니 등산로 정비 때문에 입구가 닫혔다. 하는 수 없이 경사 심한 길을 조심 운전하여 청량사부터 하늘다리까지 다녀왔다. 讀書如遊山(독서는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이라 하니 오늘 산에 오른 것도 역시 독서의 일환이렷다.

둘째 날 첫 일정으로 방문한 고산정은 구름 한 점 없이 잔잔한 물에 고스란히 비쳐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에 걸맞는 황홀한 정경으로 우리 가족을 대한다. 아이들은 물수제비를 뜨기도 하고 모래 장난을 하느라 신나고 어른들은 사진 찍느라 바쁘다. 이육사문학관에서 설명이 끝난 뒤에 언니에게 '청포도'를 낭송하라 했더니 소미가 저도 읽겠다고 내 귀에다 들리지도 않게 소곤댄다. 눈치를 채고 마이크를 입 가까이 대 주자 6살짜리가 이육사 선생의 절명시 '광야'를 또박또박 잘 읽는다. 두 아이에게 이 또한 좋은 추억으로 자리하리라. 하루에 조복(造福) 글자를 100여 장 쓰시는 종손 어른께 종잇값에 보태시라 봉투를 드린 사위도 대견하고 이 지도위원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낸 지온이랑 영어로 서원행 느낌을 잘 정리한 소미도 기특하다.

修己 뒤에 治人을 하며 修身 연후 齊家가 수반되나니, 우리 아이들 공부 더 깊어지고 손녀들은 잘 커서 후일 자기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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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