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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2.16 15:43:30
  • 최종수정2018.12.16 17:55:53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교육청에서 근무할 때 정부 관료와 좌담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저녁 후 편하게 이어진 자리에서 계속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자기는 워크홀릭이라고 얼핏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렇다면 그토록 좋아서인지 아니면 승진용 업무평정 때문에 벌려놓은 일의 마무리는 누가 하며 혹 수반될지 모르는 뒤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질문에 '글쎄요. 누군가가 책임지지 않겠어요?'란다.

 한강 발원지 탐사로 전국 학생 탐사단이 조직됐는데 충북 학생 인솔 차 도청 공무원과 함께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답사 후 며칠이 지나 어느 정도 친근해진 저녁 자리에서 타 시·도 공무원이 '우리 도청 공무원들이 죽어라 일하는 것이 도민들을 위해 일하는지 도지사를 위해 일하는지 헷갈린다'고 한마디 한다. 그 말을 들으며 '우리가 교육청에서 밤 12시 퇴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일하는 것이 과연 교사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을 위한 것인지 교육감과 교육부 평가 대비 때문이었던가?' 자문하게 됐다.

 도민의 생활 향상을 위한 각종 정책이라면 일과 더불어 보람을 느낄 것이고, 도지사와 교육감의 재선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면 다만 비용과 시간 낭비일 뿐 아니라 후세에 부끄럽고 무책임한 짓이라는 말에 좌중이 고개를 끄떡였다.

 정치가들은 입버릇처럼 내 놓는 명분으로 자기의 모든 일들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며, 도지사는 도민을 위해, 지방자치 의원은 지방 시민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교육감은 학교 구성원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자다가 잠꼬대 할 정도로 말을 한다.

 그런데 정작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의도에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다는 풍자가 귀에 익은지 이미 오래요, 토론보다 드잡이 질하며 난동이나 부리는 의사당 모습에도 식상한지라. 윗사람들이 이럴진대 우리 사회에 명분과 책임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퍼져나갈 수 있을지 염려된다.

 책임을 앞세우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후하고 남에게 박하다. 일이 잘 되면 자기 덕분이요, 잘 안되면 당연히 남의 탓으로 치부한다. 집권 여당의 총수라는 사람이 현 정부의 경제가 잘못된 까닭은 전 정부가 잘못한 때문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똑똑한데. 이래서야 어떻게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책임은 의리와 통한다. 요즘 건달사회에서도 의리를 찾기 어려워 그런지 모 배우는 의리를 내세워 인기를 만회하고 있는데, 자기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기상이요 기운이며 자신을 향한 의리이다. 원래 선비들의 꿋꿋한 기개와 기상을 사기(士氣)라고 했다. 조선왕조가 500여 년이라는 세계사에서도 찾기 어려운 나라 역사를 이어간 이면에는 사기 충만한 선비들이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사기라는 말이 단순히 군대 용어로나 지칭되고 있다. 선비는 위기지학으로 공부를 충실히 하며 박기후인의 정신으로 남을 대하며 나라와 임금을 위해 능력을 발휘했고, 청백리를 관리의 모범으로 삼았다. 이들이 절의를 숭상해 후세에 역사가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염두에 둔 것은 모두 명분과 책임을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한 노인이 만약에 우리나라가 다시 외국의 압제 하에 들게 됐다 가정할 때 사람들이 얼마나 독립운동에 가담할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개탄하는 말을 들었다. 목전의 이익에 영합해 행동하는 현세 사람들의 행태 지적이라고 동감을 하면서도 씁쓰레하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사기(士氣)이다.

 나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후세의 역사를 두려워한다면 정치인들까지 공공연히 들먹이는 '내로남불'이라는 희한한 말도 사라지지 않을까. 새해에는 책임지는 사람들이 많아져 명분과 사기 충만한 사회로 변모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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