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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4.18 15:50:23
  • 최종수정2021.04.18 15:50:23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온 천지에 꽃이 지천이니 정녕 화란춘성(花爛春盛)에 만화방창(萬化方暢)이다. 매화꽃을 필두로 산수유와 개나리꽃, 목련과 벚꽃으로 세상이 환해지더니 살구꽃과 복숭아꽃 배꽃 등으로 온 산하가 덮였다. 어디 그뿐인가 하얀 조팝꽃에 라일락꽃 그리고 이제는 이팝나무까지 꽃망울과 함께 향기를 날려 발걸음이 즐겁다. 꽃이 없어도 걸었거늘 이렇게 진달래와 만첩홍도가 눈을 기쁘게 하는데 산으로 가는 길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산길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아웃도어로 잘 차려입고 걸어 더 이상 겨우 내처럼 호젓하지 않다.

사람들은 왜 산에 가는가. 건강을 위하여도 갈 테고 모임삼아 아니면 심심파적 이유로도 오르리라. 오가는 사람 대부분은 휴대폰으로 음악이나 뉴스를 듣거나 친구와 일상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좁은 산길까지 막는다. 우리 부부처럼 묵언수행으로 걷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산바람 소리와 피부에 와 닿는 미풍의 숨결도 느끼며 좋은 경치를 감상하는 이 즐거움을 옛 선인들은 어떤 마음과 자세로 누렸을까?

자연을 사랑하는 모습에도 세인의 모범이 되신 분은 역시 퇴계 선생이다. 선생의 경치를 감상하는 즐거움은 상적(賞適)이라 하여 유상(遊賞)과 유산(遊山)으로 쓰이며 賞適之道로도 표현된다. 선생의 경지에는 한참 못 미치므로 감히 道를 운위할 수는 없어 상적지락 수준에서 자연에 노니는 즐거움의 모범을 살펴보았다.

선생은 워낙 자연을 좋아하여 도산십이곡 제1곡에 천석고황을 고쳐 므슴하료(자연을 버리고는 살수 없는 마음을 고쳐 무엇 하랴)라는 가사를 넣을 정도이다. 좋은 경치를 감상하는 가운데 진리를 구하여 격물치지와 心定理明(마음이 안정되어 이치가 밝아질 곳)을 찾아 한밤중에도 묵좌 수행을 하여 주위를 놀라게 하였다. 제자 권호문의 요산요수(樂山樂水) 관련 질문의 답에 선생의 산수를 즐기는 마음이 보인다.

산수에 나아가 인과 지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두 가지 즐거운 뜻을 알고자 함이니, 마땅히 인자와 지자의 기상과 생각을 알려고 하는 것이다. 인자와 지자의 기상을 구하고자 할진대 어찌 다른데서 구하겠는가. 내 마음에 돌이켜서 그 실질을 얻을 따름이다. 진실로 내 마음에 인과 지의 실체가 있어서 그것이 내 마음에 충만해서 겉으로 드러나게 되면, 산을 즐기고 물을 즐기는 것을 간절히 밖에 구할 것이 없이 저절로 그 즐거움이 있게 되는 것이다.

하여, 내 마음 속에서 인자와 지자의 기상과 의지를 길러 그것이 내 안에 충실하여 밖으로 나타날 때 저절로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퇴계선생의 상적지도는 첫째, 명승지를 유람하고 기록하여 전하는 것, 둘째, 養氣心定(몸과 마음의 원기를 기르고 마음을 안정시킴) 셋째, 아름다운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 학문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권오봉 박사는 정리하였다. 자연을 즐기는 궁극적 목적은 결국 학문의 완성이다.

상적지락은 요산의 자세로 자연에서 인자와 지자의 마음을 찾는 과정이다. 이따금 좁은 길에서 손을 모으고 길을 비켜주는 젊은이나 좋은 날 되시라는 인사를 건네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기껍다. 길가에 핀 꽃을 지나고 골짜기의 물소리에 마음을 비우며 눈을 들어 연록으로 잎 틔우는 나무를 살피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굳이 휴대폰을 틀어 자연의 소리를 거스르지 않아도 되고 동행자와 일상을 나누느라 주변 풍광의 변화에 소홀할 이유도 없다.

자연을 대함에 공부의 일환으로 할 것이며(遊賞), 산을 걸으매 독서와 마찬가지로 한다면(讀書卽遊山) 오묘한 즐거움과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이를 체득하는 걸음도 상적지락이 되리라. 자연에 노니는 즐거움의 모범을 좇노라면 예던 길에 더 가까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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