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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2.11 17:10:51
  • 최종수정2022.12.11 17:10:51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산책하면서 보도 한복판에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는 전동 킥보드(e 스쿠터)를 자주 보게 된다. 어디 그뿐이랴 요즈음은 카카오 자전거(T 바이크)까지 행인이 가야 할 길을 버젓이 막고 있다.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용하고 나서 사람의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길가에 얌전히 세워두어야 하는데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더니 볼일 후에는 아무렇게나 방치해 버린다. 차를 타기엔 어중간하고 그렇다고 걷자니 먼 경우에 이용하고자 문명의 이기로 활용은 잘 하는데 자기 편의주의가 이성을 가려 뒤처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라 집 앞 이면도로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주차장으로 이용된다. 차고가 없어 집 가까운 곳에 주차하는 처지인데 자리만 조금 비면 다른 차가 파고들므로 시골에서 온 농작물이나 쇼핑물 등을 내려야 할 때면 멀리서 하차하기 때문에 힘이 곱절 든다. 워낙 주차가 난리인지라 남의 집 대문을 반 가리는 것은 그래도 참을만 하다. 주차했던 자리에 자기가 피웠던 담배꽁초와 마시고 난 커피잔이나 콜라 캔 등을 버리고 가는 것은 무슨 심보람. 주차했으면 응당 뒤의 자리도 깔끔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이따금 집 주변에 널린 쓰레기를 청소할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의 문화 수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일은 어디에서 연유하였기 때문일까. 가정과 학교에서 자기의 영달과 행복에 대한 성취욕만 가르쳤기 때문이겠다. 수기치인과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삼척동자도 아는 말이건만 머리로는 알건만 행동으로 보여주려하지도 않는 사람이 대다수처럼 느껴진다. '옛날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학문을 했는데 오늘날에는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학문을 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論語 憲問編)고 했던 공자의 말처럼 자기를 위한 학문(위기지학-爲己之學)을 공부한 연후에 다른 사람을 위한 학문(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내실을 갖지 못하다 보니 다른 사람을 위한 여력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이다. 공부는 먼저 자기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은 연후에 이것이 이루어지면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야(修己安人) 한다. 수기단계 없이 자신을 과시하고 주변 사람에게 인정을 받고자 입신양명을 목표로 하면 오로지 자기의 발전과 이익 추구에 눈이 흐리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사람들이 많아졌기에 우리 사회에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리의 先人들은 자기에게는 박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럽게 하라(박기후인-薄己厚人)을 가르쳤는데 어느 사이에 정반대의 고약한 풍조가 자리를 가로채 버렸으니 통탄할 일이다.

킥보드를 탄 뒤에 자기 편할 대로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는 사람에게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심이 있겠는가. 문명을 누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매뉴얼은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이다. 잘 탔으면 잘 두어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기에도 편하고, 지나치는 사람의 마음에도 아름답게 보인다. 자기 집 물건이라면 저리하진 않았을 것이다. 인성교육이라는 용어가 애당초 문제가 있어 인품교육이나 품격교육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데 모쪼록 품격있는 사람으로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자기의 목전 편리와 편의 위주로 행동한 아이들이 훗날 성인이 된 뒤의 사회를 생각하면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사람들이 모두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행복은 삶의 태도에서 나오게 됩니다. 불의를 정의로 생각하고,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하게 될 때 불행이 찾아옵니다." 행복이란 가끔 우연히 찾아오는 즐거움이 아닌, 성실함에서 비롯된 삶의 '가치판단'이라는 것이요, 인격을 갖춰지지 않았을 때 불행이 찾아온다는 김형석 교수의 말도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닦아야 한다는 위인지학의 당위성과 연계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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