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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은 지역별 지부장을 두어 선비 교육의 활성화를 기하고 있다. 6월 27일 두 번째 지부장 회의에 3시간 반 정도 소요 시간을 감안하여 늦지 않도록 6시경 나섰다. 너무 일찍 출발했는지 9시 21분 도착하여 한 시간 남짓 여유가 생겼다. 마침 일기 화창하고 바람도 소슬하여 본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퇴계 명상길 도산재를 걸으려 후문을 나와 주차장을 지나는데 마당에 자그마한 새가 눈에 띈다. 가까이 다가가도 피하지 못하고 입만 할딱거리는 것이 목이 말라 그런가 어린 날개에 힘이 빠졌기 때문인가. 이대로 두면 잠시 후 들이닥칠 차에 치이거나 불볕더위로 탈수 때문에 죽을 것이 뻔하다.

알락 할미새

새에게로 다가가는 중 자연과 가까이하고 주변 동물을 벗 삼았던 퇴계 선생의 「도산기(陶山記)」가 떠 오르니 희한하다. '책을 덮고 나가서…. 대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거나 낚시터에서 고기를 구경하고 배에서 갈매기와 가까이하면서 마음대로 이리저리 노닐다가 좋은 경치를 만나면 흥취가 절로 일어 한껏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고요한 방에 책이 가득 쌓여 있어 책상을 마주하여 잠자코 앉아 欣然忘食한다'는 것이다. 가까이에 쪼그려 배가 고프냐 목이 마르냐고 물었다. 내게 機心은 없으니 안심하라며 오른손을 새의 발치에 두니 이 어린 것이 손바닥 위로 살며시 오른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야생 조가 인간의 품에 들겠는가. 자! 물을 먹이려면 인간이 있는 사무실로 가야 할 텐데 얘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생각 끝에 2원사 주변의 세 개 정자 가운데 제일 가깝고 녹음 우거진 회우정이 아직 이슬이 남아 있을 것 같아 손바닥에 새를 올린 채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 녀석이 정자 그늘에서 살금살금 사진을 찍어도 손 위에 얌전히 있을뿐더러 오히려 편해 보여 내려놓기가 야멸차다. 그렇게 10여 분을 그늘에 서 있다가 조심스레 평상에 내리고 하회를 본다. 보통 이렇게 꽁지가 긴 새들은 위아래로 꽁지를 흔드는 것이 상례거늘 가만히 있는 모양이 기운이 없긴 없나 보다. 잠시 후 바라던바 아래 풀밭으로 날아가서는 꼬리를 위아래로 올렸다 내리긴 한다만 아직도 날 기미는 없다. 새를 바라보는 중 자연스레 옆 회우정의 편액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會友

―退溪

공문론회우(孔門論會友 공자 문하에서 친구 사귀는 도리는)

이문잉보인(以文仍輔仁 학문을 매개로 하여 어짊을 보하매)

비여시도교(非如市道交 시장 바닥의 사귐과는 다르니)

이진성로인(利盡成路人 이익이 다하면 길거리에 스치는 사람이 된다)

이러고 보니 하필 회우정으로 온 것도 정자에 게시된 선생의 시도 우연이 아닌 듯하여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사람이 어질면 새와도 사귈 수 있고 학문 이상의 그 무엇으로도 成仁을 도울 수 있다는 가르침인가?

한참 있다가 기운을 차렸는지 나무 위로 날아가매 그제야 안심하고 발을 돌리는데 아기 새랑 똑같이 생겼으되 몸이 더 큰 새 한 마리가 안내하듯 뒤의 나를 살피며 뿅 뿅 활기차게 걸어 나간다. 이상한 마음에 따라가노라니 30여m를 내려가 2원사 정문 주차장 주변에서 포로롱 동쪽 나무로 날아오른다. 아마도 새끼의 안위가 걱정되어 멀찍이서 살피던 어미 새가 은인인 손님을 주차장에 안내함으로 보답한 듯하다.

거참 희한한 일이요 이 무슨 징조일까 궁금하다. 吉鳥인가 吉兆일까? 어쨌건 이를 계기로 오늘 만나는 전국 지부장과 코로나로 고생이 컸던 우리 수련원 그리고 내게 속한 모든 사람에게 길한 조짐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새의 사진을 전문가에게 보여 알락할미새임을 알았으며 이렇게 새와도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며칠 뒤에 얘기를 들은 단양의 畏友 채 위원은 『명심보감』의 효행 편에 나오는 '효자 都氏가 홍시를 얻도록 도와준 호랑이' 예와 비슷한 아름다운 내용이라 하지만 차라리 퇴계 공부를 한 때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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