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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일기예보대로 아침에 비가 내리고 봄날 같지 않게 추운데 먼 산에는 눈까지 내려 산자락이 하얗다. 3월에 春雪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우중 산책은 평소보다 인적이 드물어 산을 즐기기에 좋아 산행할 마음이 더 커진다. 비옷을 입고 방수 모자를 쓴 뒤에 우산도 갖추고 집을 나섰다. 산길에는 작년 낙엽이 비로 질척하고 솔잎 끝에 맺힌 빗방울이 영롱하여 들여다보면 물방울 하나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다. 점차 약해진 빗줄기에 아예 비를 맞고 걸으니 찬바람은 옷 속으로 스며들고 빗물은 겉으로 흘러 이 적막강산을 오로지 하는 느낌이다.

산행에서는 어젯밤에 읽은 책의 내용을 반추하는 것이 순서이다. 요즘은 고봉 선생의 경연집인 논사록과 근사록 그리고 퇴계언행록을 읽는데 내용이 깊어 장 넘기기가 쉽지 않다. 단 몇 줄에도 묵이식지(·而識之)하고자 생각을 많이 해야 하며 그리해야만 심오한 내용이 이해된다. 언행록 중 퇴계 선생의 막역지우 벽오 이문량 선생이 노인이 되니 쉽게 잠을 못 이루게 되었다는 탄식에 퇴계 선생은 잠이 안 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성현의 말씀을 외워보라 답한 내용이 떠 오른다. 아직은 잠자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만약에 잠이 쉽게 안 들면 선생처럼 성현의 글을 외워볼 생각이다. 이 생각 저 생각 떠오르는 상념을 동무 삼아 발걸음에 집중하노라면 분명 어제 걸었던 길인데도 처음 온 곳인 양 새롭다. 어느덧 산 중턱 나의 쉼터에 다다라 평소 앉던 나뭇등걸을 보니 빗물이 흐른다. 천상 오늘은 선 채로 산의 소리를 들어야겠다. 땅에 널브러진 나뭇잎에 듣는 빗방울 소리와 가지를 간지럽히는 바람 소리가 한결 싱그러워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어느덧 산과 하나가 되는 듯 좋다.

어제 도산의 퇴계 명상길을 걸었던 감흥이 새롭다. 명상길은 예전에 선생의 나이 60이 되어 새로 마련한 도산서당을 계상에서 출퇴근하셨던 길이요, 제자들과 함께 걸었던 길이다. 이제는 도산서원 원장이자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김병일 이사장을 모시고 수련생 몇 분과 함께 새벽 5시 반부터 비 내리는 산길과 임도를 걷고 있다. 이사장님의 퇴계시 암송과 해설 그리고 박학한 퇴계 공부 내용을 듣는 것 자체가 후학들에게는 큰 공부 기회이다. 어스레한 새벽의 시사단은 또 새로운 풍경인데 마침 매화가 빗속에서 꽃잎을 열어 향기가 주위를 진동한다. 올해 들어 처음 보는 매화인데다 새벽에 빗방울을 달아 그런지 영롱하고 청초하기 그지없다. 도산서당 옆의 고목 매실나무 등걸에 핀 매화 옆에서 한참을 서 있었더니 돌아오는 길에도 매화향이 온몸을 감도는 듯하여 더욱 행복했다.

좋은 생각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하는 인생이라면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계곡은 어제부터 내린 비에도 물 흐르지 않건만 치오르는 바람과 빗소리에 홀로 행복하다. 옛 선비들이 구방심(求放心-잃어버린 마음을 찾는다)을 노력했듯이 산중에서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요즘 마음 상태를 다시 살핀다.

골프 동반자가 OB(Out of Bound)를 내면 두 사람이 좋아한다고 하여 오비이락(OB2樂)이라나. 그런데 천지 사이와 만물 중에 오직 사람이 최고라는 동몽선습의 가르침인지 요즈음은 동반자가 잘 치면 진심으로 기쁘고, 못 치면 나의 실수처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야말로 見善如己出(선을 보면 자신이 주도하는 일처럼 열심히 하라)의 마음인지 모르나 이처럼 달라지는 마음가짐이 스스로 신기하다. 아마도 상대를 貴人으로 대하라는 퇴계 선생의 가르침이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든 때문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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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