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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3.13 13:49:57
  • 최종수정2022.03.13 13:49:57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교회 활동을 하며 친분을 쌓은 신부님 두 분을 모시고 식사를 하게 되었다. 사제는 통상 70세 이후에 체력을 고려하여 은퇴하는데 이 두 분도 이미 은퇴하여 취미 생활로 노후를 즐기고 계신다. 식사 중 두 분이 앞섶에 메로탕 국물을 똑같이 흘리셨다. 휴지를 건네자 국물 자국을 닦으며 노인의 '3고'가 있는데 '잘 삐지고, 잘 흘리고, 잘 잊어버리고'라고 우스개를 하신다. 달변의 유명 강사 신부님이 던진 적절하고 멋진 농담으로 모두 웃으며 저녁을 마쳤다.

기실 나이 들면 별것 아닌데도 삐진다. 설사 삐지기까지는 아니라도 귀에 거슬리는 말이 많아지는 것 같다. 며칠 전 아내랑 골프장에 도착하여 카트에 백을 싣고 있는데 바로 앞에 아는 사람이 있어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답인사가 '비싼 데로 다니는 줄 알았더니 이런 데도 오느냐?'란다. 그 사람과는 군부대 체력단련장과 캐디 없는 곳을 다닌 적도 있건만 해괴한 농담이다. 인사를 하고 지내는 연습장 지인이 '프로는 이제 연습을 안 해도 되잖아요'라 하는 것은 실없는 농이다. 평생 공직 생활로 집 한 채 간신히 장만하여 연금 덕에 빠듯이 살아가는 사람에게 부자라고 한다면 의중을 생각하게 되니 역시 귀에 걸리는 농담이다.

책을 읽다가 마침 말과 관련된 구절이 나와 환연빙석(渙然氷釋)의 감흥이다.

戱言은 出於思也요

戱動은 作於謀也라

發於聲하며 見乎四支어늘

謂非己心이면 不明也요

欲人無己疑면 不能也니라

橫渠先生이 또 '砭愚'를 지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희롱하는 말(농담)은 생각에서 나오고

희롱하는 행동(장난)은 꾀함(계획)에서 나온다.

희롱하는 말은 소리에 나오고 희롱하는 행동은 四肢에 나타나는데,

자기 마음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혜가 밝지 못한 것이요,

남이 자기를 의심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될 수 없는 것이다."

*砭(돌침 폄) : 돌침을 놓아 병을 치료한다. 찌르다. 치유하다.

―'근사록' 중

가만히 생각해 보면 통상 분위기를 돋우려고 농담을 하지만 농 속에 진담이 있기도 하고 아예 진의를 농처럼 전달하는 예도 왕왕 있다. 농담이라 할지라도 일단 생각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요, 장난도 의도한 바가 있으므로 일어난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개의치 않을 땐 농담이겠지만 기분이 상하면 실수하는 말이니 이는 과언(過言)이겠다. 기탄없이 말하면 직언(直言)이요 에둘러 말하면 곡언(曲言)이고 쓸데없는 군더더기 말은 췌언(贅言)이라. 말의 종류가 이리 많은 것처럼 말에 따른 설화(舌禍) 사례도 인간의 역사에서 부지기수로 보인다. 말에서 실수하고 행동에서 미혹되어 잘못하고도 스스로 허물을 돌리기는커녕 당연히 여긴다면 이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사람이 자기를 따르기를 바란다면 결국 남까지 속인다는 경계이다. 옛 어른들의 마음공부가 이 정도였다.

옥의 흠은 갈아서 지우련만 말의 흠은 그렇게 지울 수 없다는 옛말과 같이 모두가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말이다. 마음에서 생각이 나오고 말로 표출되는 만큼 상대를 귀하게 여긴다면 과언은 물론 희언도 응당 조심할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희언도 과언도 아닌 파렴치한 말이 난무한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식자들은 국격 손상까지 염려할 지경이었다. 상대가 상처받을 말을 찾아서 했고, 금방 드러날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거니와 변명은 더 잘 만들어내는 모습이 놀랍다. 필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물론 이려니와 특히 정계에 투신하여 사회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특별히 살펴볼 글이라 책 내용을 소개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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