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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04 13:32:16
  • 최종수정2015.11.04 13:32:13

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시나브로 단풍이 세상을 붉게 물들이더니 어느덧 아스팔트 길 위를 뒹구는 가로수 낙엽에 계절이 지나감을 본다. 세월 참 빠르게 흘러가는구나. 소싯적엔 오는 계절이 기다려지더니 이제는 가는 계절을 아쉬워하고 있다.

흩날리는 낙엽에 사자소학 글귀를 견주어본다. '원형이정은 천도지상(元亨利貞 天道之常)'이라. 元은 처음이고 크고 으뜸이니 봄이며 (仁)을 뜻한다. 亨은 만물의 성장으로 발전하고 통하여 형통함을 나타내니 여름으로 예의(禮)를 뜻하고, 利는 얻음의 조화와 만물의 이룸으로 결실을 뜻하니 가을이며 옳음(義)이란다. 貞은 굳음으로 만물의 완성이니 겨울에 속하며 지혜(智)를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원형이정에서 선인들이 자연의 변화에 따라 적용했던 철학과 순리가 느껴진다.

지난 주 회의차 고속도로 변의 가을 산을 보게 되었는데 산의 정경이 어찌나 붉고 아름답던지 그야말로 만산홍엽이다. 그런데 가을을 예찬한 시가 부지기수인데도 오히려 뇌리에 맴도는 것은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 이었다. 마침 회의에서 환영 인사말을 해야 하는데 그 시 구절이 불쑥 튀어나올까 조심스러웠으니 왜 이럴까. 참석 인원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아니고, 자리가 불편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생각해 봐도 다른 특별한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 그제야 웃으며 나이 한 살 더 먹은 때문인가 보다고 여겼다.

내가 이제야 삶이 고해로 가득 차 있다는 불가의 가르침을 깨우치고 있나 보다. 삼국유사의 '사복불언'조에 보면 사복의 모친이 피안의 세계로 감에 원효가 게송으로 말하기를 "나지 말지어다. 죽는 것이 고통이니라. 죽지 말지어다, 나는 것이 또한 고통이니라" 했다가 스스로 말이 번거롭다 여겨 이를 줄여, "생사가 모두 고통이라(生死皆苦)"는 게를 올렸다고 한다. 아마도 그걸 배운 기억과 맞물려 이 시가 떠 올랐나보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질량 보존의 법칙'은 화학반응을 엄격히 통제하는 조건 아래에서는 반응 전과 반응 후 즉 반응물과 생성물의 질량이 같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으로 본다면 어디 낙엽만 그런가· 사람도 그렇고 우주도 그렇겠지. 우주 만물이 동일 질량의 조건 하에서 화학 반응을 할 테고, 조건만 된다면 내가 스러져도 우주 내에 다른 화학질량으로 남아있으며, 내 자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대체한다는 자연 순환의 냉엄한 규칙도 유추가 가능하겠다. 그래서 불가는 '공수래공수거'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참 우습다. 원형이정은 서가 책 정리 중에 본 것도 아니요, 다른 사람의 글에서 살짝 취한 것도 아니다. 골프장을 갔다가 카트에 붙여놓은 캐디의 좌우명을 우연히 본 것이다. 정작 카트 주인은 뜻도 모르고 단지 문맥이 좋아 보여 붙여놓았다지만, 한나절동안 이따금씩 카트를 탔던 객인은 떨어지는 낙엽에 원형이정의 내포된 뜻과 질량불변의 법칙까지 음미하고 있다. 마음만 열면 가르침은 상존한다는 증표다.

가을은 사람을 상념에 젖게 한다. 나무가 정들었던 잎사귀를 하늘하늘 떨구는 것에서 겸손을 배운다. 봄여름 열심히 살다보면 풍성한 가을을 누리게 되겠지. 아름다운 추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겨우내 옷깃을 잘 여며 내년 봄을 준비해야겠다. 이 또한 원형이정의 뜻을 받드는 행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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