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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아야소피아로 통한다

이정민의 장소와 사물

  • 웹출고시간2025.05.13 15:17:37
  • 최종수정2025.05.13 15:17:37

이정민

청주시청 도시계획상임기획단·공학박사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이스탄불에서는 모든 길이 아야소피아(Hagia Sophia, '거룩한 지혜'의 의미)를 향한다. 아야소피아는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동로마 제국 시기인 537년 정교회 성당으로 완공되었다. 이후 국가의 통치 방식에 따라 카톨릭 성당이 되었다가, 박물관이 되고, 모스크가 되었다. 나는 세상의 건축물 중에서 아야소피아를 제일 좋아한다.

#우주를 담은 공간

아야소피아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직경 32미터의 돔(dome)이다. 당시의 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이 거대한 돔은 네 개의 펜던티브 구조의 지지를 받고 지상 55미터 높이에 떠 있다. 돔의 추력을 줄이기 위해 얇게 설계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최초의 돔은 558년 지진으로 붕괴되었다. 더 높고 뾰족한 형태로 재건해서 하중을 분산시켰고, 이후로도 반원형의 하프돔을 여러 개 덧붙여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아야소피아를 하늘과 닿는 신전으로 짓고 싶어 했다.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였던 안테미오스와 수학자이자 건축가였던 이시도로스가 설계를 맡았다. 그리고 이들은 황제의 바람을 현실로 구현했다. 돔의 하단에는 40개의 창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창을 통해 빛이 쏟아지면 돔이 하늘에 떠 있는 듯한 환상을 준다. 바닥에는 스카프로 머리를 감싼 사람들이 납작하게 엎드려 신께 기도한다. 돔 아래 서 있으면 스스로를 초월적인 것 앞에 놓인 작은 존재로 느끼게 된다. 아야소피아는 신의 존재를 믿게 한다.

건축물 내부는 계단이 아닌 경사로로 이어진다. 황제나 귀족들이 말을 타고 이동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경사로는 울퉁불퉁한 돌로 포장되었고, 벽은 아무 장식 없이 벽돌과 모르타르로 거칠게 마감되었다.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 어둡고 굽이진 경사로를 천천히 오르다 보면 마치 고대 골목길을 걷는 듯하다. 2층 발코니에 서니 아래로는 지상이, 위로는 천국이 있었다.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하나의 도시와 하나의 우주가 펼쳐지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공간감이었다. 경이로웠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솔로몬이여, 내가 그대를 능가하였도다"라고 외쳤다는 말은 신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불멸의 도시, 불멸의 건축물

이스탄불은 동로마 제국의 수도이자,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으며,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다. 고대 로마의 유적과 동방 정교회 성당과 이슬람 모스크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성당의 돔과 모스크의 미나레트가 고유한 스카이라인을 만든다. 전쟁과 권력 투쟁의 역사를 견디고 이제 공존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한다. 그래서 이스탄불을 걷는 것은 역사를 유랑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길의 한가운데에 아야소피아가 있다.

아야소피아는 단지 비잔틴 제국의 유산이 아니다. 비잔틴 제국이 멸망한 후에도 르네상스 건축과 이슬람 건축에 영향을 주었다. 건축사학자들은 이를 두고 '고전에서 중세로', 다시 '이슬람 건축으로' 이어지는 교량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블루 모스크에서부터 예루살렘의 바위의 돔과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대성당, 멀리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까지 아야소피아의 돔과 중앙집중형 구조를 차용해 지어졌다. 현대 종교 건축물의 중요한 설계 요소인 '중앙 돔'과 '빛의 연출'도 아야소피아에 기원을 둔다.

이스탄불에서는 도시가 어떻게 자신을 기억하는지 마주하게 된다. 모스크는 성당을 품고 있고, 이슬람교의 유일신 알라가 쓰인 캘리그래피 뒤에는 비잔틴의 모자이크 성화가 숨어있다. 찬란했던 제국은 사라지고 황제는 죽었다. 이제 아야소피아만이 그곳에 남아 인간의 가능성과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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