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2.2℃
  • 흐림강릉 20.8℃
  • 흐림서울 22.7℃
  • 흐림충주 26.4℃
  • 흐림서산 24.8℃
  • 맑음청주 27.5℃
  • 맑음대전 28.0℃
  • 흐림추풍령 22.8℃
  • 대구 21.2℃
  • 울산 19.8℃
  • 구름많음광주 28.1℃
  • 부산 23.2℃
  • 맑음고창 28.0℃
  • 구름많음홍성(예) 26.3℃
  • 흐림제주 21.9℃
  • 흐림고산 23.3℃
  • 흐림강화 22.4℃
  • 흐림제천 23.9℃
  • 구름많음보은 25.5℃
  • 구름많음천안 26.3℃
  • 맑음보령 29.3℃
  • 맑음부여 27.7℃
  • 구름많음금산 27.4℃
  • 구름많음강진군 28.0℃
  • 흐림경주시 20.0℃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모든 길은 아야소피아로 통한다

이정민의 장소와 사물

  • 웹출고시간2025.05.13 15:17:37
  • 최종수정2025.05.13 15:17:37

이정민

청주시청 도시계획상임기획단·공학박사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이스탄불에서는 모든 길이 아야소피아(Hagia Sophia, '거룩한 지혜'의 의미)를 향한다. 아야소피아는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동로마 제국 시기인 537년 정교회 성당으로 완공되었다. 이후 국가의 통치 방식에 따라 카톨릭 성당이 되었다가, 박물관이 되고, 모스크가 되었다. 나는 세상의 건축물 중에서 아야소피아를 제일 좋아한다.

#우주를 담은 공간

아야소피아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직경 32미터의 돔(dome)이다. 당시의 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이 거대한 돔은 네 개의 펜던티브 구조의 지지를 받고 지상 55미터 높이에 떠 있다. 돔의 추력을 줄이기 위해 얇게 설계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최초의 돔은 558년 지진으로 붕괴되었다. 더 높고 뾰족한 형태로 재건해서 하중을 분산시켰고, 이후로도 반원형의 하프돔을 여러 개 덧붙여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아야소피아를 하늘과 닿는 신전으로 짓고 싶어 했다.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였던 안테미오스와 수학자이자 건축가였던 이시도로스가 설계를 맡았다. 그리고 이들은 황제의 바람을 현실로 구현했다. 돔의 하단에는 40개의 창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창을 통해 빛이 쏟아지면 돔이 하늘에 떠 있는 듯한 환상을 준다. 바닥에는 스카프로 머리를 감싼 사람들이 납작하게 엎드려 신께 기도한다. 돔 아래 서 있으면 스스로를 초월적인 것 앞에 놓인 작은 존재로 느끼게 된다. 아야소피아는 신의 존재를 믿게 한다.

건축물 내부는 계단이 아닌 경사로로 이어진다. 황제나 귀족들이 말을 타고 이동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경사로는 울퉁불퉁한 돌로 포장되었고, 벽은 아무 장식 없이 벽돌과 모르타르로 거칠게 마감되었다.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 어둡고 굽이진 경사로를 천천히 오르다 보면 마치 고대 골목길을 걷는 듯하다. 2층 발코니에 서니 아래로는 지상이, 위로는 천국이 있었다.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하나의 도시와 하나의 우주가 펼쳐지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공간감이었다. 경이로웠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솔로몬이여, 내가 그대를 능가하였도다"라고 외쳤다는 말은 신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불멸의 도시, 불멸의 건축물

이스탄불은 동로마 제국의 수도이자,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으며,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다. 고대 로마의 유적과 동방 정교회 성당과 이슬람 모스크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성당의 돔과 모스크의 미나레트가 고유한 스카이라인을 만든다. 전쟁과 권력 투쟁의 역사를 견디고 이제 공존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한다. 그래서 이스탄불을 걷는 것은 역사를 유랑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길의 한가운데에 아야소피아가 있다.

아야소피아는 단지 비잔틴 제국의 유산이 아니다. 비잔틴 제국이 멸망한 후에도 르네상스 건축과 이슬람 건축에 영향을 주었다. 건축사학자들은 이를 두고 '고전에서 중세로', 다시 '이슬람 건축으로' 이어지는 교량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블루 모스크에서부터 예루살렘의 바위의 돔과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대성당, 멀리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까지 아야소피아의 돔과 중앙집중형 구조를 차용해 지어졌다. 현대 종교 건축물의 중요한 설계 요소인 '중앙 돔'과 '빛의 연출'도 아야소피아에 기원을 둔다.

이스탄불에서는 도시가 어떻게 자신을 기억하는지 마주하게 된다. 모스크는 성당을 품고 있고, 이슬람교의 유일신 알라가 쓰인 캘리그래피 뒤에는 비잔틴의 모자이크 성화가 숨어있다. 찬란했던 제국은 사라지고 황제는 죽었다. 이제 아야소피아만이 그곳에 남아 인간의 가능성과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이연희, "100만 청주, 몇 사람이 아닌 청주시민이 함께 그려야"

[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HBM4 16단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력도 분명히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이런 흐름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을 종합할 때 청주시가 앞으로 4년 동안 최소 1조원 수준의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 막대한 재원이 일시적으로 들어왔다가 일회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흩어지면 청주의 미래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의원은 행정 몇 사람이 아니라 청주시민이 함께 그리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활용방안을 찾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1조원 세수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청주의 미래를 누가 어떤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론화위원회'가 6·3지방선거 민주당 주요공약으로 다뤄지는 것인가. "이번 공론화 제안은 청주에 들어올 수 있는 큰 재정을 미래의 청주를 위해, 청주답게, 또 시민답게 쓰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약화 여부는 결국 청주시장 후보자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공약은 지역의 미래 비전과 행정 철학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토론회에 시장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