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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7.31 13:37:25
  • 최종수정2016.07.31 13:37:43

김병규

상당고 교장

바라던 몽골을 여행하면서 게르에서 하룻밤 머물게 되었다. 칭기즈칸 영화에 나오는 그 게르! 게르는 파오로도 불리며, 성인 남자 2명만 있으면 30분 이내에 해체 조립할 수 있고 소 한 마리에 집 한 채랑 가재도구를 몽땅 싣고 떠날 수 있으니 이동 맞춤형 주택이다. 16㎡정도 되는 원통형에 2개의 기둥으로 지탱되어 통상 바닥에는 펠트덮개가 깔리나 우리가 묵을 게르는 게스트하우스답게 비닐 장판이 깔려있다. 외부에는 비를 대비하여 양털 담요 위에 비닐도 한 장 더 둘렀다. 조명과 환기용으로 터너가 있으나 역시 비닐로 덮여 있으니 환기를 하려면 문을 여는 수밖에 없겠다.

몽골에 도착하면서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 마지막 날 울란바토르 기차역에서는 폭우가 쏟아 부을 정도로 비가 계속 따라다녔다. 여기서는 비를 정다운 손님으로 여겨 우산도 쓰지 않고 반긴단다. 초원의 풀에게 비는 진정 반가운 손님이겠지만 모처럼 마음먹고 시간과 돈을 들여 간 우리 여행객에게는 쾌청한 하늘이 더 반갑겠다.

게르 내부에는 손바닥만 한 난로가 있는데 밤 10시와 다음 날 5시에 직원이 와서 난방을 해 준단다. 으슬으슬한 추위를 참고 장시간 버스 이동과 말을 타고 초원 트레킹 하느라 지친 몸을 누였다. 북반구라 그런지 아직 초저녁처럼 보이는데도 벌써 밤 10시란다. 드디어 직원이 난로에 불을 피워 추운 게르를 덥혀놓고 나갔다. 그런데 난로 옆을 보니 고맙게도 장작까지 한 바구니 더 있다. 장작을 보니 집사람이 새댁 때 시골 아랫목에서 얼굴 발갛게 물들이면서도 뜨거운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던 기억이 났다. 난로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장작을 더 넣어 게르의 온도를 더 올리기 시작했다. 비처럼 쏟아지는 별은 보지 못해도 별처럼 쏟아지는 비닐 지붕 위의 빗방울 소리와 따스한 장작불을 조합시켜 분위기도 올리고 집사람에게도 칭찬 한마디 들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난로불이 점차 뜨거워지며 굴뚝까지 달아오르자 내부 열기가 예상 밖으로 올라간다.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던 파리들이 종당에는 미친 듯이 위로 올라가더니 서너 마리가 추락하는데 한 마리는 벌겋게 달아오른 난로위에 떨어져 타 죽고, 나머지는 바닥에 떨어져 죽은 듯 실신해 버린다. 게르가 이제는 따스한 방이 아니라 찜질방이요, 파리까지 죽이는 한증막으로 변해 버렸다.

게르가 둥글게 생긴 때문인지 복사열이 보통 심한 것이 아니다. 온 몸에 땀이 흐르고 기둥과 나무로 된 침상이며 탁자가 후끈후끈하며 단내가 나기 시작하니 이러다 자칫 불이라도 날까 염려된다. 견디다 못한 마눌 님이 '곰투가리 같은 남편 때문에 잠은커녕 이러다 쪄 죽게 생겼네!' 라며 불평을 한다. 모처럼 칭찬 한마디 듣고자 넣은 장작 때문에 이제껏 40여년 남짓 결혼 생활 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까지 들어도 변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집사람이 견디다 못해 외부인의 안목을 우려하여 닫아 놓았던 문까지 활짝 열어 제치니 쪄 죽는 것보다는 인륜 예의를 무시하는 것이 낳은 가 보다. 열린 문가로 나가 보니 밖은 비와 함께 밤공기가 제법 싸늘한데 우리 게르만 찜질 통이다. 둘이 완전 속옷 바람에 그래도 남들이 볼까봐 문 뒤쪽 어스름한 곳에 앉아 별 대신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나온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게르에서 보는 별이 죽인다 하더니 우리는 파리만 익혀 죽이고 있다.

게르 안에서는 긴팔 옷으로도 부족하여 바람막이까지 걸쳐야 할 판에 우리는 거의 알몸으로 땀에 흠뻑 젖은 채 잠까지 멀리하며 한증막의 사우나를 감내하였다. 여행 중의 일화는 평범해도 즐거운데 여느 사람들이 춥게 자는 게르를 땀에 전 한증막으로 지낸 경험은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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