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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01 13:19:24
  • 최종수정2015.07.01 13:19:22

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홍 정은 우의정 성세창과 서로 통하는 친구였다. 그가 정월 어느 눈 내린 날 밤에 친구를 찾아가 동원 별실 창 아래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고 있던 중 뜰 가에서 거문고 소리가 들렸다. 창틈으로 가만히 보니, 백발을 휘날리는 한 노인이 매화나무 밑에 눈을 쓸고 앉아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그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청아한 소리가 매우 기이하였다. 성세창이 자기 부친이라고 말한 그 노인은 손님이 방에 있음을 알고 서둘러 거문고를 거두어 들어갔다. 홍 정은 이 인상적인 장면을 다음과 같이 글로 남겨놓고 있다. '그때 달빛이 밝아 대낮같고 매화가 만개하였는데 백발을 바람에 날려 나부끼고 맑은 음향이 매화 향기를 타고 흐르니 마치 신선이 내려온 듯 문득 맑고 시원한 기운이 온 몸에 가득함을 느꼈다. 용재 선생은 참으로 선골 유골(仙骨遺骨)의 풍류객이라 할 만하다'" 이상은 조선 선조 때 박동량이라는 분이 지은 기재 잡기(寄齋雜記)의 일부 내용이다.

눈 내린 밤에 백발노인으로 밖에 나온다면 우선 체력이 받쳐주어야 하고, 매화 향을 맡으려 눈 쓸고 앉을 정열이 부럽다. 그런데 더욱 부러운 것은 용재 선생의 여유와 타인을 위한 배려이다. 용재 성현선생은 우리 국악기를 총 정리한 '악학궤범'의 저자이시다. 그런 분이 북풍한설 몰아치는 밤에 아무리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려 향기가 진동한 들 여느 노인이라면 따끈한 아랫목 보전도 어려운데 모처럼 거문고 줄을 다스리고자 자리 깔고 나와 앉은 여유가 대단하고, 모처럼 자식 찾아온 손님에 누가 될까 우려하여 곡을 탄주하던 중에라도 거문고를 안고 들어가니 배려의 마음이 놀랍다.

요즘 신문을 보면 홧김에 남의 차에 방화를 하거나, 새총으로 철탄까지 발사한단다. 보복운전으로 살상 사고나 나오지를 않나, 차가 교행할 때에는 누가 먼저 양보를 하나 하는 치킨 게임이라도 할 량인지 중앙선을 버젓이 밟고 들어오는 무뢰한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모든 국민이 홍익인간의 이념을 기저로 교육을 받았고, 공중질서와 준법정신 그리고 남을 위한 배려를 배웠음에도 현실을 보면 정말 혀가 찰 노릇으로 잘못 돌아간다. 하기야 개그콘서트를 이따금씩 보면 수시 때리고 맞는 내용으로 진행되니 그런 것을 보고 재미있다 웃는 사이에 우리도 폭력에 둔감해 지고 어느덧 폭력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게 되지 않겠는가.

모처럼 서울 간 김에 딸과 같이 국립국악원에 가서 목요풍류를 관람하였다. 마침 그날의 독주자는 거문고를 전공한 따님이고 아버지가 중앙대 국악과 교수인데 마이크없이 연주하고 사회를 보는 흐뭇한 장면이었다. 그 때 나이 지긋하신 사회자의 발언 중에 기억나는 내용이 있다. 딸아이 어릴 때부터 영산회상을 자주 들려주었더니, 느린 음악을 들려주어 그런지 국악을 들려주어 그런지는 몰라도 성정이 메마르지 않고 급하거나 격노하지 않는 차분한 심성이 되어 좋다면서 방청객들에게 국악 특히 영산회상을 자주 들려주라는 당부까지 하였다.

우리 충북이 정녕 양반의 고장인가· 무식한 상사람이 하는 짓은 그만 하고 좀 더 지혜롭고 슬기로운 옛 선인의 좋은 표양을 배워 따르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러한 것은 모두 여유로운 마음에서 비롯되므로 각자 여유를 배우려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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