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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4.24 15:39:39
  • 최종수정2016.04.24 15:39:43

김병규

상당고 교장

2년 전 우리 학교 간부학생 수련회를 보니 아무리 봐도 간부학생 양성 프로그램으로는 합당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다음 해부터는 도산서원 부설 선비문화수련원의 수련프로그램에 참가하여 금년에도 선비문화수련원으로 간부수련을 다녀왔다.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은 퇴계선생의 가르침인 성(誠)과 경(敬)을 요체로 학생과 일반인을 하루 또는 1박2일에서 2박3일 프로그램으로 가르치고 있다. 여기에 지척에 있는 퇴계 종택을 방문하여 팔순을 훌쩍 넘은 종손의 겸손어린 가르침을 받으니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아 추진한 보람도 느끼고 있었다.

금년에는 운영위원들과 학교어머니회 임원을 모시고 안동 도산서원을 방문하여 학생들을 격려하였다. 수련원에서는 이사장과 원장 이하 여러 분이 우리를 환대하며, 상당고 학생들의 수강태도가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을 하자 임원들의 얼굴이 환해진다. 게다가 개원 이래 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 그리고 어머니회장을 비롯한 여러 임원들이 방문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사장님은 저서 '선비처럼'까지 선물하셨다. 2008년에 필자가 수련원에 입소한 것을 기억하심만도 놀라운데 선비 표제의 책을 받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충남대 총장실에서 받은 최종 학위 심사에서 통과 소감을 말하라기에 감격한 때문인지 부지불식간에 드린 말이 '앞으로 일생을 선비로 처하겠다!'는 거였는데.

아주 여러해 전 공부할 때의 일이다. 지도교수께서 대학 내 318호 연구실 방이 여유 있으니 거기서 공부하라 하신다. 그리하여 석사코스랑 같이 있던 좁은 방을 떠나 지금은 모 대학 교수인 당시 허소령과 같이 편히 공부하게 되었다. 그동안 못내 바라던 공부를 열심히 하리라 마음먹고, 조선 선비들처럼 책상 앞에 거경궁리(居敬窮理)를 붙이고 절치부심·발분망식하리라 결심하였다. 원생들은 반드시 11시에 퇴실해야 하지만, 워낙 시간이 부족함을 통감하던 필자는 새벽 2시까지 연구실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관리인에게 특별한 부탁까지 넣었다. 그리고도 집에 와서는 새벽 4시 반경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7시에 일어나 공부를 하여, 4년 동안의 평균 수면 두 시간 반 남짓으로 체중이 줄어드는 것조차 보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밤 새벽 두시 경이었던가, 퇴계 집에 몰두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노라니 이상하게도 누군가가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 이게 어인 일· 5천 원짜리 지폐에서 본 바로 그 퇴계 선생이 무릎 위에 두 손을 모은 채 단정히 앉아 계시지 않은가. 내가 귀신을 봤구나 하며 소스라치게 놀라 다시 뒤를 바라보니 이번에는 선생이 입가에 엷은 미소까지 띠고 바라보신다. 희한한 것은 분명 사람이 아닌 헛것(귀신)을 봤음에도 전혀 무섭지 않고 아주 마음이 편했다는 사실이다. 연구실이 서향이라 12시 넘어서도 벽이 후끈 후끈거리고, 땀샘이 집중된 손등의 흥건한 땀이 컴퓨터 자판 위로 똑똑 아롱져 떨어지던 기억까지 더불어 생생하다.(후일 손녀가 입학하여 공부에 대한 고민을 할 때에 이 사실은 꼭 말해주련다. 몰입을 하면 이런 신기한 경험도 한다고, 그리고 할아버지가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귀가 차량 안에서 흥겨운 마음이 든 것은 선생처럼 서원 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 향을 맡은 때문이나 예천에서 먹은 육회 맛 때문만은 아니었다. 예전에 가까이 오셨던 퇴계 선생의 성덕을 다시 쐬고, 우리 아이들이 수련회에 잘 참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으며, 내년에는 전교생이 입소하면 좋겠다는 간부들의 수련 소감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내게도 퇴계선생의 유향(遺香)을 받을 기회가 더 생겼으면 좋겠고, 나라 사람들도 선생의 크나큰 덕을 배워 우리 사회의 문화가 더 아름다워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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