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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1.28 14:40:17
  • 최종수정2018.01.28 14:40:17

김병규

교육학 박사

우리는 중학교 입학시험이 있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12시까지 선생님과 함께 야간 학습을 한 세대이다. 대학도 예비고사로 본고사 응시 자격을 딴 뒤에 입학시험을 치렀다. 그렇게 공부하여 대입 본고사를 치르러 갔다. 시험 보기 바로 전날 저녁자리에서 고전 전공 교수가 출제 들어갔으니 내일 국어 시험에는 고전 문제가 많이 나올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뿔싸! 입시는 코앞에 닥쳤는데 이거 야단이다. 왜냐하면 이과를 선택했기에 당시 문과만 선택할 수 있는 국어 2 즉 고전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서 다 포기하고 내일 집으로 돌아가느냐, 아님 운에 맡기고 일단 시험을 치느냐 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잘못 받은 진학지도에의 후회는 이미 늦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다행히 가방에 넣어 온 하휘주의 『고등학교 국어 2 자습서』를 만지작거리며,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을 놀라게 해 드리는 것보다 혹 초치기라도 하여 소득을 얻고자 그 책에라도 매달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같은 하숙집의 경주에서 시험 보러 올라온 학생들은 경상도 사람답게 시끌벅적하다. 저녁 후에 야식으로 엿에다 떡을 사서 같이 먹자는데 도시 같이 어울릴 내 처지가 아니다. 주인에게 밥상을 부탁하여 2인용 개다리소반을 하나 빌린 뒤에 갓 전등의 선을 최대한 늘여 상을 밝히고는 고전 공부를 시작하였다. 앞에서부터 읽고 다시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어 한권을 독파하자 어언 새벽이다. 공부에 몰입하니 왁자지껄하던 옆방 소리도 안 들리고 흐릿한 백열전등 아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있는 나만 땀나게 공부를 하는데 겨울 사방이 휘휘 적막하다.

다음 날 국어 시험 문제를 보니 소문대로 임모 교수님이 낸 고전 문제가 빼곡한데 신기하게도 어젯밤에 공부한 내용이 또렷하게 기억나서 시험을 무난히 치렀다. 게다가 후에 확인해 보니 90점 이상의 점수까지 받았네. 만약 지레 포기하고 집으로 갔더라면 근동에 대학 물 먹은 사람 없는 시골구석에서 큰 아들 공부시키려 고생한 부모님은 얼마나 낙담하셨으며 재수하느라 시간과 경비를 곱으로 들이느라 힘은 또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나. 내야 지극히 평범한 머리인지라 고3 1년 공부를 하룻밤에 해 치운 것은 똑똑한 두뇌가 아닌 절박한 사정에서 비롯된 궁즉통이라. 주역(周易)에서 이른 바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궁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의 사례다.

부친에게 물려받은 가업으로 청주 인근에서 두부공장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의 두부는 나름 네임밸류도 가진 견실한 지방 회사였는데 여기에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면서 사정이 악화되었다. 종업원 임금도 체불하는 것은 물론 이러다 노숙자로 거리에 나앉게 되겠다는 불안감에 식은땀을 흘리느라 잠도 못 이루었단다. 여러 가지로 걱정하던 차에 중소 두부업체가 연합을 하여 대기업에 죽기 살기로 대항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추진하니 청주에 또라이같은 두부사장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정이 좋아졌단다. 결국 그토록 바라던 종업원 임금도 제 때에 줄 수 있음은 물론 여유가 생겨 지금은 공장 인근에 푸드 랜드를 조성할 웅대한 계획까지 품고 있다. 확 죽어 버릴까 도망을 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나는 막다른 골목에서도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한 덕분이라 하니 역시 궁즉통의 경우이다.

우리 베이비 붐 세대들이야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살펴 자란 덕에 어려운 환경을 배겨낼 수 있건만 부모님의 헌신으로 온실 속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이 문제이다. 힘든 일에 감당할 능력이 있을지, 이따금 나오는 연예인 자살 소식같은 것도 역시 심약한 소치가 아닐는지. 모두들 막중한 인생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나 '이 세상에 쉬운 일이나 거저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그렇다고 못 이룰 일도 없다'는 인생 선배들의 지혜로운 말이 그냥 생겨났으랴. 궁하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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