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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20 16:09:17
  • 최종수정2018.05.20 16:11:45

김병규

교육학박사

학부시절 답사로 도산서원을 처음 갔다. 서원 재유사의 안내와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는데 역사 전공학생들임에도 정치하게 살펴보지 못하고 선생이 빨간 세필로 주석을 붙인 책과 '성학십도'의 숙흥야매잠을 보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참 열심히 공부한 분이라는 정도만 살폈던 기억이었다.

이제 인연이 되어 도산서원을 출입하게 되고, 기라성 같은 선생 제자들이 묵었던 양재에서 목침을 베고 잘 기회도 생기니 참 좋다. 그런 중에 각 구조물의 편액에 자연스레 눈이 간다. 영남 유림 중에서도 당대 지식의 최고봉에 있는 후학들이 명명했을 테니 분명 심오한 지식을 바탕으로 큰 바람을 담고 있으리라.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는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것'처럼 명명한다는 것은 관계와 더불어 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서원의 전체 구조는 전면에 강당과 동서재로 이루어진 강학 공간과 그 뒤로 사당을 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형태이다. 진도문(進道門)은 문자 그대로 도로 나아가는 문이니 현관과 마찬가지로 도와 덕을 배워 깨우치려는 결심의 문이며 원규에서는 입덕문(入德門)으로도 불린다. 진도문 옆의 도서관 현판은 광명실(光明室)이다. 시경 주송 경지(詩經 周頌 敬之)에 '날로 나아가며 달로 진전해 학문이 계속 밝아져서 빛나는 경지에 이르도다'(日就月將 學有緝熙于光明)과 주자의 회암집 장서각주자호명의 '만권의 서적이 나에게 광명을 준다'(萬卷書籍 惠我光明)에서 취했다. 이 편액은 선생 친필이다. 여말 유학자인 역동 우탁 공을 기리고자 선생이 발의해 창건한 역동서원에 손수 글씨로 게판 했다가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자 다시 도산서원으로 옮겨 왔으니 인연이 묘하다. 후학들이 선생을 모시는 서원에 선생의 생전 친필이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강당을 대해 양재가 마주보는 삼진식(參進式)의 배치로 동편에 박약재(博約齋) 서편에 홍의재(弘毅齋)가 있다. 박약은 논어 옹야 편에 있는 말로 안연이 인(仁)을 물어 공자가 답한 말이다. '군자는 널리 학문을 닦아 사리를 궁구하고 예의로 귀결시켜 실행에 옮긴다'(君子博學於文 約之以禮)이다. 홍의는 논어 태백 편에서 취했다. 증자의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되니 책임이 무겁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인으로 자기의 책임을 삼으니 또한 막중하지 아니한가.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 또한 멀지 아니한가'(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에서 따온 말이다. 다른 곳은 명륜당이라고도 하지만 도산서원의 강당은 전교당(典敎堂)이다. 한응참 문질론(文質論)에 전교를 전장교화(典章敎化)라 했는데 이는 제도와 법령을 의미한다. 특히 자연이 만든 법을 전(典)이라 하며 교육을 주관한다 하는데 이는 요순임금의 가르침이다. 옆의 한존재(閑存齋)는 주역 건괘의 문언에서 '사특함을 막아 그 진실 무망해 마음의 본연 상태인 성을 보존한다'(閑邪存其誠)는 공자의 뜻 새김이다. 선생과 월촌의 위패를 모신 사당 현판은 도덕을 숭상한다는 의미의 상덕사(尙德詞)이다. 논어 헌문 편에서 '저 같은 사람이 군자로다. 저와 같은 사람이 덕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다'(君子哉若人 尙德哉若人)라 했다. 여기서는 선생과 따르는 제자들을 통칭해 유학에서 완성된 인격자인 군자로 지칭했으리라.

서원의 편액으로 보건대 지향 점을 인중 군자인 선생으로 공경하고 전교당에는 요순임금을, 한존재로 공자를 받들며, 안자는 박약재에서 증자는 홍의재에서 각기 모시고 광명실로 주자를 따름으로서 깨우침을 얻고자 한 것이다. 불국사가 신라 사람들의 이상향으로 피안 세계인 불국토를 현세와 내세 세계로 구분지어 형상화했다면 도산서원은 경내를 편액으로 상징화해 유국토, 유교 지상 세계를 지향한 것은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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