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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8.13 14:00:18
  • 최종수정2017.08.13 14:00:18

김병규

상당고 교장·교육학 박사

다인(茶人)에게서 오래전에 약속했던 밤새워 차 마시는 날을 잡았다는 연락이 왔다. 평택 심복사 주지스님이 찻자리를 주관한다니 자못 궁금하다. 절로 향하는데 입구에 소 무덤이 있다. 고려시대 몽산포에 사는 천노인이 친 그물에 바위가 올라와 던져버렸는데 다시 친 그물에 또 걸려 올라왔다. 자세히 보니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인데도 지게에 실을 정도로 너무나 가볍다. 봉안할 곳을 찾던 중 광덕산의 지금 심복사 터에 이르자 갑자기 무거워져 그 자리에 모셨다. 그리곤 검은 소 세 마리에 몽산포 바닷가에 있던 커다란 배의 재목을 나눠 싣고 와서 절을 창건하였다. 이것이 소무덤의 내력이다.

에어컨 있는 다실이니 시원하게 여름밤의 차를 마실 수 있겠다. 방 한켠 책장에는 청자 정병도 있다. 정병은 인도에서 승려가 여행을 할 때 메고 다니던 물병으로 용변 후 뒤처리용이었는데 부처님 앞에 깨끗한 물을 바치는 공양구로 변용되어 감로병으로도 불린다. 정병이 있는 다실이니 오늘 차는 분명 감로수가 되겠다.

시작은 암차인 철관음에서 귤피차로 향을 돋운 뒤 황산모봉과 4가지의 보이차를 마신 뒤에 다시 암차 계열인 대홍포로 마무리를 하였다. 같이 자리한 사람은 주지 성일스님 외 모두 5명이었다. 스님은 왼편에는 찻잔을 오른 편에는 술잔(곡차잔)을 놓고 있으니 이름 그대로 '차곡차곡'의 형상이다. 차담으로 스님의 법문이 펼쳐졌다. 산중 생활 경험으로 보건대 잘 난척 하는 사람이나 유아독존 격으로 사는 스님은 본인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절까지 피해를 입히더란다. 그러므로 완벽한 삶을 지향하면 본인은 물론 속한 사회를 피폐하게 하니 차라리 '된둥만둥' 사는 것이 좋단다. 나이 들수록 바보처럼 등신같이 병신같이 처세하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삶이라.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이 목을 세우느라 힘만 들고 그깟 경쟁을 하느라 온갖 스트레스를 감내하느니 속 빈 병신처럼 사는 것이 오히려 실속 있는 삶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요즘에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서 여유가 사라진 때문인데, 보살의 위계나 안목은 피아 일체 또는 너와 내가 한 속이라는 것을 깨달은 자이며, 사회에는 1%의 이상한 사람이 반드시 존재하니 그를 감안한 정책이 구안되어 운영해야 한다는 말씀도 더한다. 다양성과 여유를 강조하는 법문과 함께 한 찻자리가 어느 덧 11시로 달린다.

새벽 3시가 넘자 목까지 찬 듯 한 차로 숨을 쉬면 코로 차향이 솔솔 배어나오는 이 충족감! 자리를 파하고 옆의 내원당에 잘 곳을 펼쳤다. 그 사이에 두어 번 소피로 순환을 했음에도 도합 5번의 소변에 어언 새벽 4시가 되었다. 잠자리에 누워 보니 나무 그림자가 창에 길게 드리워져 주자의 시가 떠오른다.

'새벽 산창에 숲 그림자 드리우고(신창임영개, 晨窓林影開) / 밤 되어 잠자리에 드니 계곡 물소리 듣는구나(야침산천향, 夜枕山川響) / 이리 은거하여 사니 다시 무엇을 구하겠는가(은거부하구, 隱居不何求) / 말없는 가운데 도만 더욱 깊어지누나(무언도심장, 無言道心長)'

새벽 6시의 목탁소리로 잣죽 조반 후에 뜰을 한참 지나 있는 삼나무 밑 야외 찻자리 수다원으로 다시 모였다. 옆 연못의 부들과 수련이 아침 정취를 더하는데 다시 스님의 제망찰해 등 예불송 관련 법문을 들으며 차를 마시자니 벌써 다음이 기다려진다. 가을바람 소슬할 때 달빛 교교한 가운데 송뢰성으로 더욱 향기로운 차를 수다원에서 마시며 수다를 열어보리라.

신기한 것은 두어 시간 남짓 자며 통야음다에다 연 이틀간 내 몸에 물을 부어줬음에도 몸이 거뜬한 것이다. 차에 비타민이 많거나 추사선생의 걸명소에 보이는 것처럼 차가 만병통치약이라 그런가. 아니면 성리학을 공부하고 천주교를 믿는 내가 스님과 교우로 3교 통합 운동 내지 대동 구현을 발하려는 쇄신감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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