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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2.25 18:54:52
  • 최종수정2015.02.25 13:41:00

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세종대왕 대의 명신 고불 선생이야 효심지극한 분으로 천안 나들이에서 침인연(沈印淵)이라든가, 공당문답(公堂問答) 등 일화가 워낙 많은 분이지만 한편 지독한 대금 잡이였다. 이 분이 사저에서는 대금을 줄창 불었기에 급한 공무로 집을 방문하는 통인(通人)들은 동구 밖까지 들리는 대금소리로 재가 여부를 판단할 정도였다. 이리 연마한 선생의 음악 실력은 왕이 경연에서 향악은 맹사성에게 아악은 박연에게 물으라 할 정도였단다.

이에 필자도 대금을 배우리라 하여 잡은 지 어언 18년이다. 60여종의 국악기 가운데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흡사하여 순취와 평취 및 역취로 귀를 즐겁게 하니 강산이 변하도록 불어도 이 악기는 전혀 질릴 줄을 모른다. 1박 2일 출장에도 갖고 갈 짐으로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은 대금이다. 미국 연수 갈 때에는 구두 밑바닥까지 살피는 철저한 보안 검사가 조심되어 처음으로 대금을 지니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연수 마지막 날 저녁 평가회 때 다른 사람들은 집사람이 보고파서 잠을 설쳤다 하는데 나는 대금이 없어 잠을 못 이루었다 하니 좌중이 실색할 밖에.

대금 공부에서 중요무형문화재 20호 금정 김응서 선생을 만나 2005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여 사사받은 것은 내 인생 최고의 인연이었다. 녹성 김성진선생의 수제자였던 그 분께서는 정악만 고집한 분이다. 선생은 손가락 한촌만큼 연습하면 대금의 소리 역시 한촌 크고, 대나무 한 마디만큼 연습하면 한 마디가 풀리는 것이니 대금 소리는 연습의 결과라는 말씀을 누누이 강조하시었다. 사람들은 연습은 게을리 하면서 결과는 욕심을 내고, 과정은 소홀히 하면서 목적은 성대하게 이루려는 망상을 한다. 복서는 러닝 거리에서 펀치의 강도가 나오고, 서예가는 먹을 갈은 물의 양에 의하여 필력이 향상된다는데 말이다. 한평생 곁눈 팔지않고 외길 인생을 가신 분에게서 나는 고아한 향기도 그때 맡을 수 있었으며, 올 곳이 인생을 가야 하는 우리 교육자들에게서도 그러한 향내가 나면 얼마나 좋을까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대금은 잡는 이의 마음도 잘 살펴준다. 예뻐하는 마음이나 즐거운 기분으로 잡으면 평소보다도 더 소리를 잘 내주고, 짜증어린 마음이나 다른 일로 마음이 평안치 못할 때는 소리까지 영 엉망으로 내 준다. 그래서 대금을 잡기 전에 먼저 심호흡을 하여 심신을 평안하게 가지고 머리를 비워 잡념을 다 떨쳐 버린 뒤에 숨을 넣어야 된다. 한갓 대나무도 정을 통하면 잡은 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니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여러분이 공부를 잘 하던 못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미련 없이 후회 없이 해 보았다는 말을 친구들에게 할 수 있기 바란다!" 필자가 우리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해 본 경험이 있어야 자식들에게 공부의 어려움과 성취감 내지 숭고한 기쁨을 알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정에 최선을 다한 다음에야 결과를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진정한 겸손이라 여김인데 이 모두 대금 공부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미물에게 전하는 사랑으로 학생들에게까지 교장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간다면 이야말로 선순환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나는 마음을 모아 대금에 숨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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