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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촉의 제갈량(諸葛亮)이 선제 유비의 뜻을 받들어 중원 정벌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승상의 지위에 어울리지 않게 수하들의 장부를 직접 살피느라 잠을 줄이며 군무를 살피자 주위에서 승상의 안위와 건강을 염려하였다. 이에 주부 양옹이 나서서 제갈량에게 말하였다.

"국사를 처리하는 원칙을 집안 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남자 하인은 논밭을 경작하고 여자 종들은 밥을 지으며 저마다 맡은 일을 잘 해서 탈 없이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주인이 모든 집안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주인의 심신이 피곤하여 어느 하나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주인의 지혜가 하인들보다 못하다고 하지는 않습니다만, 문제는 주인이 법도를 잃어 버렸다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승상은 어찌 이러십니까?" 이에 량(亮)이 울며 그 뜻을 고마워했다는 일화다.

제갈량의 맞수인 사마의는 이러한 량(亮)의 상태를 조용히 체크하며 오로지 기다리고만 있다. 수면시간과 식사량을 염탐하자 량(亮)은 밥그릇을 이중으로 만들어 실상 적은 양이나 바깥사람이 보기에는 커 보이는 이른 바 '제갈량 밥그릇'을 만들어 정상으로 식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사마의는 량(亮)의 수면 시간이 터무니없이 적음을 보고 호젓이 웃으며 그가 죽을 날이 머지 않았음을 정확히 예견하고 있다.

남녘에서는 매화에 이어 산수유에 벚꽃이 개화를 기다리며 시시각각 봄기운이 완연해지는데, 필자의 마음속은 가을처럼 나무가 잎을 떨구듯 '내려 놓는다는 말'이 뇌리를 자주 스친다. 혹 내려좋지 못하는 무엇이 있어서인가? 학교를 비우고 외지에 나와 연수를 받기 때문인가, 아니면 돋보기를 쓰고 독서하기에도 이제는 눈이 피곤해 함에 대한 한탄 때문인가.

태어난 초기에는 이름 석 자로 구분이 되던 우리의 존재는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것 같다. 이름으로는 부족하여 호도 짓고 별칭도 붙이는데 여기까지는 그래도 양반이다. 혹 주변에서 듣기 좋으라 들려주는 달콤한 말에 익숙해지면 처음에는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부인도 하다가 그것도 점차 귀에 익은 말이 되어 익숙해지면 종당에는 자기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급기야 나고 들 때를 잘못 판단하게 되어 결국 대사를 그르침은 물론 바람직하지 못한 결말을 맞는 경우도 왕왕 본다.

이렇게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스스로 살피어 겸손이 부족함이요, 둘째는 상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때문이 아니겠는가.

과거 진학지도 경험으로 보면 학생들도 똑같은 우를 범함을 자주 발견한다. 중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거나 고입에 수석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과거에 연연하며 지내다가 졸업할 때는 남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비참한 느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요즘 국내 석학들의 강의를 들을 천금 같은 기회가 있어 얼마간 주중 며칠을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묘한 것은 배우면 배울수록 모름이 깊어가는 것이요, 학교를 비우게 되니 나 없으면 학교가 안 돌아갈 것 같은 불안감은 아니로되 잘 돌아갈까 하는 의구심이 마음 한편에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알고 고소를 금치 못하겠다. 정말 내려놓기란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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