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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1.14 16:18:10
  • 최종수정2015.01.14 16:18:01

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1977년의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다. 학기 중에 공부한 동학군의 북상 진군로를 그들과 똑같이 걸어 보고 싶었다. 이는 우리가 배운 학문을 발로 걷는 역사화 함이요, 이론과 실제의 습합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논의 끝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희망자 12명이 전라북도 고부에서부터 공주 우금치까지 걷는 10박 11일의 행군일정을 잡았다.

첫날 저녁 묵은 곳이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이었다. 선조 때 활동하신 하서 김인후(金麟厚) 선생을 배향한 서원으로 대원군의 서원철폐 시 훼철되지 않은 47개 중의 하나란다. 모이신 인근 유림들에게 진일배를 올리면서 돌아가신 분에게만 하는 줄 알았던 재배가 어르신에게 진퇴예절로도 올리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이윽고 8시경부터 여름밤 대청마루 좌담이 벌어졌다. 서원 유사이신 변선생님의 도도하고도 청량한 이야기로 모기 달려드는 것도, 다리에 쥐나는 것도 참아가며 孔孟 원시유가에서 시작하여 예학(禮學)과 보학(譜學)까지 두루 섭렵하였다. 자정이 훌쩍 넘어서야 "이제 들어가 쉬라"는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도 장시간 무릎 꿇어 마비된 다리 때문에 한 사람도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던 것도 후일 웃음 거리였다.

마침 좌중의 유림거사분이 우리에게 기념으로 글을 주시겠다 하여 즉석에서 벼루 갈아 무릎 꿇고 받은 글이 기하소망(幾何所望)이다. 직역으로는 "무슨 소망을 갖고 있는가?" 이나, 의역으로는 "더불어 소망을 얼마나 이루었는고?"라는 뜻도 된다며 학업 잘 마치고 훌륭한 인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까지 받아 감사히 가져왔다.

그 행군의 강한 추억은 저녁 쌀 씻을 때 우물가에 몰려든 시골 처녀들의 수줍은 미소도 아니오, 달랑 담요 한 장 깔고 오들오들 떨며 자야 했던 추운 여름밤도 아니었다. 바로 '기하소망(幾何所望)'이 교직 생활 시작부터 지금까지 내게 화두가 되어, 매년 새해 벽두에는 '내 꿈은 무엇인가'로 다잡아서 말미에는 '금년에 내가 이룬 꿈은 무엇인가'로 반추하니 행군의 가장 큰 보람이요, 이제 그 말은 내 삶의 훌륭한 指南이 되었다.

바람(望)에 연관된 단어로는 열망(熱望), 소망(所望), 희망(希望), 실망(失望), 낙망(落望), 절망(絶望), 원망(怨望) 등이 있다. 이를 교사의 근무 년에 견주어 보자. 새내기 교사들의 꿈은 섶을 지고 불에라도 뛰어들 각오로 임용고사를 넘었으니 분명 열망이다.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교사가 되리라는 3년차 교사의 꿈은 소망 내지 희망으로 자리하겠지. 그러다가 초심은 시나브로 사라지고, 현실의 높은 벽에 좌절하다 보면 10년경에는 낙망이나 절망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이사이 바람대로 이루지 못하는 자신과 주변에 대한 아쉬움은 실망으로 작용할 것이며, 심하면 원망으로 응어리질지도 모른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남의 탓이 무성한 곳 치고 잘 되는 곳을 못 보았으니 앞에 제시한 꿈 중 가장 안 좋은 것은 무엇일까· 자신과 더불어 남까지 다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원망이다.

우리 가족과 직장에서는 한순간도 원망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자기가 속한 단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 그래서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 그것이 나의 금년 '기하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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