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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백제 멸망 5년 후 신라왕과 망국의 왕자 융(隆)은 취리산(就利山)에서 만나 영원히 전쟁을 종식 시킬 것을 맹세한다. 이 사건을 역사는 '취리산회맹'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신라 측의 김인문(金仁問) 등이 웅진에서 부여 융을 만났다. 이 시기는 회맹이 이뤄지기 1년 6개월 전인 664년 2월이었다. 가운데는 당장 유인원이 입회했다. 요즈음 용어로는 종전선언을 위한 사전 예비회담 격이었다.

665년 8월 취리산에서 신라 문무왕 및 여러 대신과 백제에서는 융이 만났다. 음력 8월이면 선선한 날씨인 초가을이다.

회담은 중국 고대 방식을 따랐다. 산 정상에 단(壇)을 쌓고 백마를 죽였다. 문무왕과 융은 백마의 피를 입에 발라 다시는 싸우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신라와 백제가 영원한 우방으로서 형제처럼 화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이 합의 한 맹세문(盟文)은 쇠판에 새겨 금궤에 넣어 땅에 묻었다. 그런데 글은 입회한 당나라 사령관 유인궤가 지었다. 그런데 회맹의 주인공 백제 왕자 융은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당나라로 몸을 숨긴다.

필자는 공주 인근의 여러 산에 올라가 회맹유적을 찾은 적이 있었다. 동서 전쟁을 종식한 취리산 회맹 장소는 과연 어디일까. 공주 지역의 여러 산을 조사했지만 지표상에서는 유적을 찾을 수 없었다.

고대 산성을 연구한 학자들 사이에서 취리산을 지금의 대전 동부 회덕 질현(迭峴·질현산성)으로 비정하는 견해도 있다. 질현이 소재한 한밭 대전은 예부터 공주 땅으로 불렸다.

질현은 신라가 성왕을 참수하면서 까지 확보한 옥천 고리산성과 대치한 요새다. 지금도 계족산 능선에는 백제 시대 보루(堡壘) 성곽들이 즐비하다. 백제 복국운동이 한창일 때는 기세가 가장 왕성한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신라에서 공주로 통하는 양도(糧道)였으므로 식량운송을 저지당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동안 전쟁을 치렀던 신라, 백제인들은 회맹을 반겼다. 그러나 동-서간의 전쟁은 완전 해소되지 않았다. 백제 고토에서는 항복하지 않은 백제군이 신라군과의 대항이 그치지 않았다. 항복하면 백제시대의 관직을 그대로 주고 예우한다고 설득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신라는 고구려 유민들은 보호한다는 구실로 전북 익산 왕궁평 지역을 보덕국(報德國)으로 삼아 유민들을 이주시켰다. 그러나 고구려 유민들도 복국의 의지로 신라에 저항한다. 이것이 바로 고구려 왕족 안승(安勝)의 보덕국 반란이다. 그런데 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한참 후인 신문왕대인 684년의 일이다. 취리산 회맹이후 20년간 전쟁이 완전 종식되지 않은 것이다.

백마를 잡아 입에 피를 바르며 금서에 새겨 종전선언을 한 회맹의 역사가 알려주듯 전쟁이 완전 종식되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언제나 약속이 틀려지고 합의가 깨질 수 있다. 정부가 남북 종전선언을 서둘고 있으나 불안 요소는 항상 따르고 있다.

북한은 최근 매체를 통해 핵 강국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종전과 다름없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도 북한에 대해 회의를 품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핵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한반도 위기 상황이 도래할지 모른다. 종전에 대한 성급한 기대로 우리가 먼저 무장해제를 선언해서는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6.25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전쟁을 막는 길은 우리가 강해지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방어망이 허술해지면 화를 초래 할 수 있다. 철통같은 안보만이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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