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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8.17 16:49:23
  • 최종수정2021.08.17 16:49:23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조마리아 여사는 안중근 의사의 모친이다. 어머니는 죽음을 앞둔 아들을 면회하지 않았다. 뤼순감옥으로 형을 면회하러 가는 아들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다른 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사형을 앞둔 아들에게 어머니는 이런 비장한 말을 했다. 안의사는 조국 침략의 원흉 이등박문을 향해 정정당당하게 총을 쐈고, 어머니 조마리아는 아들에게 의롭게 죽음을 맞아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안의사를 생각할 때 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자랑스러운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다.

인간으로서 자식의 죽음을 반길 어머니가 어디 있겠는가. 어머니는 변호사를 통해서 "네가 국가를 위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죽어도 오히려 영광이나 우리 모자가 현세에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흰색 명주 수의를 보내 아들이 이 옷을 입고 최후를 맞이하도록 하였다. 안의사는 형이 집행되기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 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안의사는 가톨릭신자로서 서양문화와 학문을 받아들였지만 전통 학문 수양에도 게을리 않았다. 옥중에서 남긴 많은 유묵(遺墨)을 접하면 대쪽 같은 선비의 풍모를 보여준다. 이런 의연한 자세에 여순감옥의 일본인 간수들도 감동받았다. 안의사가 가장 좋아했던 좌우명은 다음의 글이었다.

'불의를 보거든 정의를 생각해 보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의협심을 갖도록 하라.(見利思義 見危授命)', '가난하되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되 교만하지 말라(貧而無諂 富而無驕)' 안의사가 옥중에서 쓴 이 유묵은 간수의 후손이 소장하고 있다가 우리나라 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조국 전 장관을 안중근 의사에 빗대며 조 전 장관 부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사법부를 강하게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추 전장관은 한 통신사와 인터뷰에서 사법부를 향해 "개혁 저항 세력의 의도와 셈법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모두 개혁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여당 대선 후보 경쟁에도 나선 추 전장관의 이런 언론을 통한 인터뷰에는 말문이 막힌다. 과연 조국 전장관이 안의사 처럼 불의를 보았을 때 먼저 정의를 생각한 인물이었을까.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죽음도 불사 할 수 있을까. 정의와 불의마저 구분하지 못한 이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 역사를 왜곡하며 안의사를 욕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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