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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7.05 17:03:59
  • 최종수정2023.07.05 17:03:59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지난 봄 부터 백제 가요와 신라 향가 등 내력을 찾으러 충북 영동, 전라도 정읍, 충남 부여등지를 다녀왔다. 지난주에는 헌화가의 무대인 동해바다 삼척을 답사했다. 폭우가 내리는 먼 길이지만 아름다운 향가의 고장을 간다는 설레 임으로 한껏 들뜨기도 했다.

철쭉꽃이 만발한 봄, 부군을 따라 강릉을 가는 길에 신라 수로 부인은 벼랑에 핀 꽃을 보고 갖고 싶었다. 부군이 시종들에게 꺾어올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으나 높은 벼랑을 올라갈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이곳을 지나던 노인이 걸음을 멈추고 '부끄럽지 않으시다면 자신이 꺾어다 드리겠다'고 노래하며 나선다. 멋진 노인의 아리아에 수로부인이 매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삼국유사에는 용이 수로부인의 미모에 반해 용궁으로 납치하여 3일이나 돌려보내지 않았다고 되어있다. 수로부인이 노인을 따라 아름다운 곳으로 잠행했다가 돌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헌화가는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신라 남자들은 향가를 매우 잘 불렀던 것 같다.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면 신라 월명사가 부른 향가는 귀신을 감동시킬만했다고 했다. 얼마나 감동적인 아리아였기에 일연 스님이 이렇게 찬탄했을까.

영동 양산면에 전해 내려오는 양산가는 화랑 김흠운의 순국을 애도한 신라 향가였다. 화랑을 잃은 경주왕경 사람들이 슬피 불렀다고 한다. 김흠운은 무열왕의 사위로 요석공주의 남편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녀 둘을 두고 젊은 화랑은 영동 양산에서 백제와 싸우다 전사했다.

부여 외성 밖에 있는 능사에서 백제의 노래 숙세가(宿世歌)를 기록한 목간이 발견되었다. '숙세'라는 말은 바로 전생의 인연을 말한다. 유일한 백제 가요 정읍사에 이은 또 하나의 백제 노래라고 국문학계가 흥분했다.

'우리의 만남은 전생의 인연인데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서로 공경한 약속은 허망해진다'는 것이 노래의 요지다. 따지고 불화하는 것을 싫어 한 백제여인들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아 가슴에 와 닿는다.

백제 가요나 신라 향가의 곡은 어떠했을까. 필자는 남도민요 가운데 불가(佛家)의 소리인 '보렴(報念)'을 주목해 왔다. 보렴은 흥타령조로서 애조를 띤 가락이다. 국태민안과 왕실의 안녕을 비는 소리이지만 이 속에 백제의 혼이 살아있는 것 같아 감동을 받는다.

가사 가운데 '서쪽엔 백지귀신', '북쪽엔 흑지귀신'이 등장한다. 혹 백지는 '백제', 흑지는 '흑치'가 아닐까. 백제 왕도는 서해와 닿는 부여 백마강에 자리 잡고 있으며, 북으로는 흑치상지 장군이 나당 연합군과 싸우던 불패의 성지 임존성(예산)이 있다. 백제인들은 '흑지귀신'이란 용어로 복국의 의지를 위장한 것은 아닐까.

필자는 1980년대 충북도문화재위원 당시 백제 멸망이후 3년간 항쟁한 복국전쟁을 심층 연구한 적이 있다. 홍성, 부여, 청양, 서천, 보령, 논산, 전북 부안 등지 고대성을 답사하며 3년 전쟁의 중심지였던 주류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필자는 지금의 청양 칠갑산 정상에 쌓은 자비성이 백제 마지막 항전지 주류성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충청지역 대학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 한데 지금은 고대사에 대한 열기가 식어 아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불가의 소리 '보렴'이 잃어버린 백제 가요 가락이나 향가의 잔영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악계에서 한번 연구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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