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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1.03 16:16:06
  • 최종수정2021.11.03 16:16:06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율곡 이이(栗谷 李珥)의 명저 '동호문답(東湖問答)'에 요즈음 음미해 볼 문장이 있다. '안민(安民)은 임금이나 사대부들이 정명(正名)으로써만 이룰 수 있다'.

'정명'이란 무슨 뜻일까.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되는 것(君君, 臣臣, 父父, 子子)'를 뜻한다. 지도자들이 제 몫을 못하면 나라가 흔들리며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가 특별히 이 저술에 관심을 가진 것은 율곡이 직접 육필로 쓴 것으로 전해지는 진적(眞籍)을 친견하고 논문을 쓰고 부터다. 임진전쟁으로 문적들이 모두 소실된 탓에 율곡의 유묵은 전해지는 것이 적다.

이 책은 율곡이 사가독서(賜暇讀書)를 끝낸 후 임금에게 올린 글이다. 아홉 번이나 각종 과거시험에 장원을 차지해 '구도장원(九度壯元)'이란 별명이 붙었던 천재 율곡은 34세(선조 2년. 1569AD) 늦은 나이에 사가독서를 했다.

'동호문답'은 손님과 주인이 문답하는 형식을 빌려 쓴 글로 율곡의 정치사상과 식견이 가득하게 담겨 있다.

논군도(論君道)를 보자. 임금에게 냉철한 통치 철학을 주문한다. 임금은 간신과 충신을 가리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강조한 것은 바로 군주의 언로(言路) 수용이다. 현명한 군주라면 누구의 말을 막론하고 좋은 의견은 항상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율곡은 사가독서를 한 후 1571년(선조 4)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약 10개월간 외직인 청주목사로 부임했다. 임금에게 저술을 통해 쓴 소리를 한 것이 괘씸죄가 된 것은 아닌지.

그러나 율곡은 불후의 업적인 '서원향약(西原鄕約)'을 만들어 규범을 삼게 했다. 서원이란 청주의 옛 지명으로 신라 서원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율곡은 서원향약에서 선행과 악행을 구분했다. 염치와 지조를 잘 지키는 것, 은혜를 널리 베푸는 것, 학문을 부지런히 하는 것, 조세를 잘 바치는 것, 남과 상대할 때 신의가 있는 것, 남을 선으로 인도하는 것, 남들의 싸움을 말리는 것, 남의 환난을 구제해 주는 것, 남의 원한을 풀어주는 것 등을 선행이라고 정의했다.

반면에 악행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아내를 박대하는 것, 상을 당해 슬퍼하지 않는 것, 제사를 공경히 받들지 않는 것, 젊은이가 어른을 깔보는 것, 술에 빠지거나 노름을 즐기는 것, 강함을 믿고 약한 자를 깔보는 것, 말을 만들고 무고하거나 헐뜯는 것, 조세를 잘 내지 않는 것, 법령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기생을 끼고 술을 마시는 것 등이라고 했다.

대선경쟁 현장에서 여야 후보들은 서로가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대 대선 가운데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가장 높다. 경선 과정에서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 흠집 내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율곡의 지적대로 법을 지키지 않으며 편파와 불화, 무고나 헐뜯는 것은 악행의 하나이다.

귀를 활짝 열어놓고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후보는 누구일까. 선행을 실천 할 수 있는 지도력은 누가 가지고 있을까. 갈기갈기 찢긴 대한민국 민심. '안민(安民)은 정명(正名)에서 비롯 된다'는 율곡의 고언을 실천하는 올바른 후보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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