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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굴원(屈原)은 전국시대 후기 초(楚)나라 사람으로 서정 시인이었다. 중국인들은 고래로 그를 최고의 애국시인으로 숭모하여 교과서에도 실었다. 그러나 그의 생은 불행했다.

임금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굴원은 나라에 비리가 넘치는 것을 개탄, 우한 동정호 수계인 미뤄강 물속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굴원의 삶과 문학을 이해 할 수 있는 초사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기록되어 있다.

-...굴원이 머리털을 풀어헤치고 못가로 다니며 침울하게 읊조리니 그의 모습은 아주 파리하고 수척했다. 자나가던 한 어부가 그를 보고 물었다. '당신은 상려대부가 아니십니까. 무슨 까닭으로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굴원이 대답했다. '온 세상이 혼탁하되 나 홀로 맑으며, 많은 사람들이 취하였으되 나 홀로 깨었소. 이런 까닭으로 쫓겨나 이 지경이 되었소'-

굴원의 시를 보면 나라를 걱정하는 일념이 엿보인다. -..아홉 번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겠으나/ 임의 분별없는 흔들림이 원망스러울 뿐이네 / 끝내 백성들의 마음을 살피시지 않으니..-

초나라 회왕은 법치를 외면하고 정실로 나라를 다스렸다. 굴원은 왕에게 진심어린 간언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충언을 듣지 않고 법을 어기자 굴원은 동정호로 내려와 이에 한탄하는 시를 쓴 것이다.

호수가에서 애가를 부르며 외롭게 산 굴원은 희망이 없었다. 충성스런 신하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가 죽은 날이 5월5일 단오였다. 초나라 사람들은 굴원의 죽음을 애도하여 그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용선(龍船)을 타고 잉어에게 먹이를 주는 자선 축제를 베풀었다. 이 행사가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동정호 용선축제로 이어진다.

용머리를 장식한 배들이 물살을 가르며 치열하게 경주한다. 그리고 배에 탄 사람들이 갈대잎에 밥을 싼 쫑즈를 물고기에게 던져준다. 물속에 잠긴 굴원이 물고기에게 뜯어 먹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놀이라고 한다.

동정호가 있는 무한(武漢)은 조조와 적벽대전에서 승리한 후 오(吳)제국을 세운 손권(孫權)과 인연이 깊다. 그가 이곳에 철벽같은 하구성(夏口城)을 구축했다고 한다. 원(元)·명(明)·청(淸)대에는 우창부(武昌府)가 설치되었다. 1911년 무창(武昌) 봉기가 일어난 신해혁명(辛亥革命)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동정호에 굴원의 기념관과 동상이 세워졌으며 굴원의 문학을 좋아하는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매년 한국 관광객들도 줄을 잇는다.

그런데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이 발생,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지금은 죽음과 정적의 도시가 되고 있다.

현재 발병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한시를 전격적으로 봉쇄했지만 급속한 확산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한 전문가가 지적했다. 병원마다 환자들이 넘쳐나도 마스크마저 달리고 제대로 치료가 안 된다고 한다. 돈이 없는 빈곤층은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죽음을 맞고 있다.

중국이 우한 폐렴을 쉬쉬하고 보도를 통제한 것이 더 확산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부정과 비리가 가득 찬 세상에 대한 굴원의 저주인가. 우한 신종 폐렴은 이웃인 한국도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 초나라 임금 곁을 떠나 동정호에 몸을 던지면서 의로써 항명한 굴원의 고향이라서 역사를 상고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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