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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8.28 17:27:39
  • 최종수정2019.08.28 17:27:39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미증유(未曾有)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일찍이 있지 않았던 일'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더 알고 보면 불교경전 능엄경에서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능엄경에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하여 모인 승려들이 미증유함을 얻었다(法筵淸衆, 得未曾有)'라는 글이 있다. 이 경의 다라니를 외우면 모든 마귀를 물리치고 선정에 전념하여 여래의 진실한 경지를 얻어 생사의 고뇌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불교를 신봉했던 세종과 세조는 이 경에 의지하여 백성들의 고뇌를 해결해 주려고 했다.

우리 역사에는 미증유 전란이 수 없이 많았다. 어떤 전란을 미증유의 전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른 민족이 쳐들어와 저지른 미증유의 역사는 임진전쟁이다. 7년간 한반도를 20만 대군의 잔인한 왜군이 짓밟고 갔다.

가장 피해를 입은 것은 백성들이다. 백만명이 일본도에 목이 잘리거나 코를 베이고 정조를 유린당했다. 고려이후 가장 찬란한 문화유산을 보유했던 조선의 자랑거리가 깡그리 약탈당했다. 사찰에 걸려 있던 걸개그림마저 빼앗아 갔고 서민들이 막걸리를 마시던 막사발도 약탈했다.

이 문화재들은 지금 많은 일본인들이 소장하고 있으며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세계 옥션시장의 거래물이 되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계산이 안 된다. 따지고 보면 임진전쟁의 상처는 징용의 인적피해보다 더 심대했다.

그 다음 미증유의 사건은 병자, 정묘호란이다. 청나라 12만대군의 침입으로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했지만 민초들이 당한 유린은 글로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수 십만명이 목숨을 잃고 50만명의 포로들이 포로가 되어 청나라로 끌려갔다.

이들이 침입하는 길과 한양도성에서의 만행은 기록하기조차 참담하다. 얼마나 많은 부녀들이 난행을 당했을까. 전쟁이후 시정에서는 '호로자식(여진족의 자녀)', '환향녀'라는 말이 생겼으며 양반가에서는 몸이 더럽혀진 여자에게 제사를 받들게 할 수 없다는 이혼소송이 봇물을 이루기도 했다. 전후에도 많은 백성들은 이산의 아픔과 눈물로 살아야 했다.

그 다음 미증유의 전쟁은 어떤 것이었을까. 민족상잔의 6.25 전쟁이다. 이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가장 비극적인 미증유 역사의 하나다. 피해도 임진전쟁이나 병자호란과 견줄 수 없이 컸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6.25의 상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6.25의 역사에 대한 역사적 경계심과 인식이 변하고 있다. 6.25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머릿속에는 이 전쟁이 얼마나 비극적이었는가를 알려고도 않는 것 같다. 임진전쟁이나 병자호란처럼 타 민족에 당한 것이었다면 그래도 이처럼 억울하지 않다. 이건 순전히 같은 민족끼리의 비극적인 살육전이었다. 사상이 갈리어 형제가 총 뿌리를 겨누고 폭탄을 던졌다. 휴전선 인근 비무장지대에선 수 없이 죽어간 국군장병과 학도병, 북한군의 유해가 발굴되고 있다.

아직도 민족은 휴전선으로 갈리어 대치하고 있으며 지금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로 남한을 겁박하고 있다. 그들에겐 같은 민족이란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오로지 자기네 체제를 확고히 하여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제 강점기 수탈과 피해에는 집착하면서 정녕 잊지 말아야 할 6.25 역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북한 김정은을 영웅시하는 좌익세력이 독버섯처럼 솟아나고 있다. 그들은 지금부터 70년 전 가장 가까운 역사에서 동족을 살육한 역사를 외면하고 있다.

앞으로 전쟁은 없어야 한다. 동족 간 전쟁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는 6.25 전쟁에 대한 북한의 사죄와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이 있은 후 가능하다. 그 전까지 우리의 가슴속에 미증유의 비극이 잊혀 지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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