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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1.04 15:02:16
  • 최종수정2018.01.04 15:02:16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 부모는 자식을 저 세상으로 보내면 땅에 묻지 못하고 평생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애절한 마음을 이 보다 더 간절하게 표현한 말은 없을 것 같다.

강릉 노추산에 모정탑이라고 불리는 돌탑의 무더기가 있다. 옛날 한 할머니가 자식과 병든 남편을 위해 삼천 개의 돌을 치마폭으로 날라 정성스럽게 쌓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연약한 할머니가 무려 삼천 개나 되는 무거운 돌을 날랐을까. 자식과 남편에 대한 헌신이 만든 기적의 탑이다.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의 비행에 격노하여 뒤주에 갇혀 굶어죽게 했지만 세손을 지극히 사랑했다. 죄를 짓고 죽은 아비의 자식이란 흠결을 없애기 위해 세손을 죽은 효정세자의 양자로 삼아 보호했다.

그리고 세손이 왕위에 오르도록 온 힘을 다했다. 거기에는 찬 얼음 같은 어미니 혜경궁홍씨의 숨죽이는 처세도 있었지만 영조는 아비 없는 세손을 보고 남몰래 아픈 가슴을 쓸었다.

요즈음은 바쁜 부모를 대신하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를 육아하는 세태지만 예전에도 다를 바 없었던 모양이다. 조선 중엽 이문건(李文楗 1494~1567)이 쓴 '양아록(養兒錄)'은 할아버지가 손자(이수봉)를 키우며 십 수년 간 쓴 육아 일기다.

당시 이문건은 58세의 나이였는데 손자가 커가는 과정을 일일이 글로 써서 남겼다. 일기는 요즈음 어머니가 쓴 육아일기처럼 리얼한 표현도 있다. -..태어난 지 이제 7개월, 아랫니 두 개가 났다. 젖을 빨고 어미를 보며 즐거워하고 점점 더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는다.-

손자는 요즈음 일부 아이들처럼 밥을 잘 먹지 않았던 모양이다, 할아버지는 이것이 큰 걱정거리였다. -..네가 밥 잘 먹기를 바라거늘 너는 어찌하여 밥 먹기를 싫어하느냐. 혹 한 끼라도 거를까 걱정되어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권하지만, 밥을 보면 먼저 잘 생각을 하고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다 끝내 싫다며 물리친다...음식을 가려 먹어 여종이 부지런히 따라다니는데 입에 넣을 뿐 씹지를 않는다. ...몸이 여위어 병이 쉽게 들어오고 얼굴빛이 거칠어 병에 걸렸나 의심된다..-

아들이 40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당시 이문건은 일곱 살 되는 손자에게 상복을 입히고 눈물로 아들의 장례를 치른다.

-...손자 나이 이제 7세가 되어 상복을 입을 준비를 하지 못했다. 다만 삼베로 겉옷을 만들고 손가락 굵기 삼베 띠로 요질(腰姪)을 대신했다. 상복을 갖추어 입히고 앉혀서 곡을 하게 하자.두 눈에 마침내 핏방울이 맺힌다. 가련한 너와 죽은 네 아비를 생각하면 너무나 딱하고 불쌍해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때때로 문득 애타게 울부짖는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17세 나이가 되었을 때 이 일기를 내 놓는다. 할아버지의 육아일기를 받아 쥔 손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손자는 할아버지의 정성어린 양육에 힘입어 훌륭한 인물로 장성하여 임진전쟁 때 공을 세우고도 국가에서 내린 상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가 낸 화재로 세상을 떠난 어린 세 남매에 대한 친할아버지의 사연이 눈물겹다. 할아버지는 아들 부부가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자 육아를 맡아 왔다고 한다. 손자들의 재롱이 할아버지가 사는 기쁨이고 낙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손주들을 졸지에 잃은 할아버지의 슬픔은 그야말로 단장(斷腸)이었다.

인륜부재의 비극이 연이어 일어난다. 비명에 간 다섯 살 짜리 고준희양에 대한 부모들의 학대는 참으로 비정한 세태의 단면이다. 왜 우리 사회가 이처럼 포악하고 잔인해지는 것일까.

중국에서는 사랑스런 아이들을 '바오바오(寶寶)'라고 한다. 보배중의 보배라는 것이다. '금자동아 은자동아'사랑스런 아이들에 대한 지극한 마음이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미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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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재민(主權在民) 지방분권시대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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