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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조선 태종 때 춘추관 사관(史官) 중에 민인생(閔麟生)이란 사람이 있었다. 태종이 편전에서 공신들과 비밀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눈치를 채지 못하고 붓을 들고 들어와 구석에 앉았다.

임금이 '편전에는 들어오지 마라.'라고 했다. 그때 민인생은 '편전이라 해도 대신들이 정사를 아뢰고, 경연이 열리는 곳인데 사관이 들어오지 않으면 누가 제대로 기록한단 말입니까' 태종은 '편전은 내가 편히 쉬는 곳이다. 들어오지 않는 것이 옳다. 그리고 사필은 곧게 써야 하는 것인데 비록 편전 밖에 있더라도 어찌 내 말을 듣지 못하겠는가'

이때 민인생이 결연하게 한마디 한다.

'신이 만일 곧게 쓰지 않으면, 사관 위에 하늘이 있습니다(臣如不直 上有皇天).'

민인생은 당시 정5품의 벼슬이었던 것 같다. 임금 앞에 감히 이런 당돌한 주장을 펼 수 있었을까. 목이 잘릴지언정 올바르게 역사를 기록해야한다는 대쪽 같았던 춘추정신의 발로였던 것이었다. 바로 사관의식(史官意識)이다.

'춘추'는 공자가 기록한 노나라 역사서 '춘추(春秋)'에서 기원을 찾아야 한다. 이 역사서는 242년간의 기록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는 기원전 5세기 춘추전국시대 말기였다. 공자는 이 역사서를 쓰며 우리에게 위대한 역사 기록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즉 춘추필법(春秋筆法)이다.

노나라 역사를 기년체로 간결하게 적고, 선악을 논하며 대의명분을 밝혔다. 후세 존경받는 치자(治者)의 길을 가르쳐 국가 질서를 유지하려 했다. 오로지 객관적인 사실만을 기록했으며 판단은 후세에 맡겼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긍익은 공자의 춘추필법 정신을 철저하게 따르려 했다. 즉 '기술은 하되 창작하지 않는다'는 술이부작(述而不作)정신을 실천한 것이다.

그가 지은 연려실기술은 이런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기사의 끝에는 근거 사료나 출전(出典)을 반드시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 되어 여야 후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포탈의 인기 검색어 순위도 대통령 후보들의 언행에 맞춰지고 있다. 홍수처럼 쏟아내는 후보들의 정책이나 말을 따라가는 포털 화면도 이들의 기사만 도배 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나 포털의 행태를 보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한다. 특정 후보의 말이나 합리화를 위해 평형감각을 잃고 있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경우도 있고, 세상의 뜬소문을 침소봉대하여 무책임하게 기사화한다. '춘추필법정신'을 살려 사실을 기록하는 언론인이 얼마나 될까.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李瀷)은 언론의 자세를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언론은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자만 있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는 자가 없다면 멸망이 임박한 것이다'. (성호사설 직언극간)

악을 옹호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야유구용(阿諛苟容 : 힘 있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구차하게 아부하다) 하는 언론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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