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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조선의 여류시인 난설헌(蘭雪軒) 허씨. 그녀의 가을 시 '감우(感遇)'를 보면 새삼 감상에 젖게 된다.

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 가지와 잎 그리도 향그럽더니 / 가을바람 잎 새에 한번 스치고 가자 슬프게도 찬 서리에 다 시들었네 / 빼어난 그 모습은 이울어져도 / 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 / 그 모습 보면서 내 마음이 아파져 / 눈물이 흘러 옷소매를 적시네.

-盈盈窓下蘭 枝葉何芬芳 西風一被拂 零落悲秋霜 秀色縱凋悴 淸香終不死 感物傷我心 涕淚沾衣袂-

점점 시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빗대어 쓴 것인가. 죽음이 임박했던 비애를 표출한 것만 같다.

문학소녀 난설헌은 매우 불우한 삶을 살았다. 요즈음 흔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자신의 처지를 들어 줄 사람도 없었다.

뼈대 있는 양반가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친정이 역모에 몰린 후 부군 김성립과도 금슬이 좋지 않았다. 호색했던 남편은 이런 부인을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 아마 조정을 의식하여 부인으로서 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기방(妓房)에서 매일 밤 외박하며 아내를 멀리 한다. 난설헌은 매일 독수공방에서 고독한 일상을 보낸 것이다.

난초와 같이 청초했던 난설헌은 남편 대신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에 빠져 살았다. 남편보다는 옛 시인들에게서 사랑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우울증이 섞인 마음에서 나온 주옥같았던 시들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난설헌은 26세 나이에 죽음을 맞는다.

조선 제일의 여류시인으로 평가받는 선조 때 이옥봉은 옥천군수를 지낸 이봉(李逢, 1526~·)의 딸이었다. 종실 집안에 태어났으면서도 서녀이기 때문에 사대부 정실이 되지 못하고 첩으로 살아야 했다.

남편을 자신이 직접 골라 조부에게 떼를 써 시집간 적극적인 여성이기도 했지만 끝내 버림받고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그녀는 시댁 근처에 움막을 짓고 살며 시를 지었는데 모두 남편을 그리는 우울하고 한 맺힌 상사시(相思詩)다.

옛날에도 심화로 우울증 환자가 많았던 모양이다. 조선 현종(顯宗) 때 부강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던 문사 현묵자(玄默子) 홍만종(洪萬宗)은 '순오지(旬五志)'에 마음을 다스리는 시를 썼다.

심하게 성내면 기운 무척 상하고 / 생각이 많으면 정신을 아주 손상 시킨다네 / 정신이 고달프면 마음이 쉽게 부림을 당하고 / 기운이 쇠약하면 그로 인해서 병이 난다네 /슬퍼함과 기뻐함을 극도로 하지 말고 / 마시고 먹는 것은 일정하게 해야 하리 …(중략)… 정신을 편안히 하면 즐거움 생겨나고 / 기운 아끼면 화락하고 순수함이 보전되네….

최근 3년간 충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환자 수가 매년 증가 추세라는 보도가 있다. 2018년 2만850명이었던 것이 2019년 2만2천999명, 지난해에는 2만3천988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코로나 장기 사태로 경제가 어렵고 가정의 삶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일 것으로 분석된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다. 어제의 나쁜 일들은 깨끗이 잊는 지혜가 필요하다. 매일 아침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인생사에 도전하는 것이 우울한 삶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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