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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세한삼우(歲寒三友)'는 매화(梅), 소나무(松, 대나무(竹)를 지칭한 것이다. 찬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아 선비들의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 되었다. 논어 자한(子罕) 편에도 '추운 겨울이 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더디게 시드는 것을 깨닫는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고 절의를 비유했다.

조선의 여류들도 세한삼우를 사랑했다. 부안명기 매창(梅窓)은 이름대로 매화를 가까이했으며, 옥천이 고향인 여류시인 옥봉(玉峯)은 대나무와 매화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옥봉은 잘생겼던 부군 조원(趙瑗)을 대나무에 비유했다. 자신은 한 떨기 작은 매화라고 했다.

작은 매화꽃 더욱 빛나고(小白梅逾耿) / 푸르른 대나무는 한창 곱구나(深靑竹更姸) / 난간에 기대어 홀연히 내려오지 못하니(憑欄未忽下 ) / 달 떠올라 둥글어 질 때까지 기다리노라(爲待月華圓)

부군과 더불어 누각에 올라 시가(詩歌)를 화답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오늘만이라도 부군의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던 문학소녀 옥봉. 동산에 떠오르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애틋함을 더 나누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부안 명기 매창의 문학에는 매화가 많이 등장한다. 불우한 생을 살다간 그녀의 시 가운데도 임을 그리는 마음이 절절하다. 한번 마음 준 방랑객 유희경(劉希慶)에게 절개를 지킨 매창의 일편단심 상사곡이다.

봄 바람 불고 비오는 밤(東風一夜雨) / 버들과 매화가 봄을 다투네(柳與梅爭春) / 이럴 때 가장 견디기 어려운 일은(對此最難堪) / 술잔 놓고 임 이별하던 아쉬움이네(樽前惜別人)

그림을 많이 남기지 않은 추사 김정희는 귀양지인 제주도에서 특별한 이유로 세한도(歲寒圖)를 그렸다. 이 그림 속에는 쓸쓸한 초가집 옆에 고목이 된 소나무와 잣나무 몇 그루가 등장한다.

중국과 제주를 오가며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보답의 의미로 그려 준 것이다. 아무리 제자라고해도 수 천리를 오가며 책 심부름을 하고 편지를 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추사는 이상적을 변하지 소나무, 세한 울타리로 화답한 것이다.

역관이었던 이상적은 이 그림을 연경에 가지고 가 추사와 인연을 맺은 청나라 대학자와 명사 들의 휘호를 받았다. 20세의 청년 추사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청나라 지식인들은 앞을 다퉈 세한도에 소회를 적었다. 조선의 문사가 이처럼 청나라 학자들로부터 칭송을 받은 사례가 없었다.

추사 세한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의 손에 들어갔다가 해방 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필자는 한국의 한 재력가가 매입하여 수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장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세한도는 현재 국보 제180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국민을 감동시킨 소식이 들려왔다. 세한도 소장자는 고서화 수장가로 알려진 손창근옹(91)으로 국립 중앙박물관에 임시로 기탁했던 것을 아예 기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지난 2018년에는 대를 이어 소장해온 컬렉션 304점을 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수백억 가치가 되는 국보를 아낌없이 국가에 내 놓기란 어려운 일이다. 손옹의 자녀들도 기증에 흔쾌히 찬성했다고 한다. 코로나 19가 창궐하는 국가적 비상시국, 경제 불황, 철 지난 이념으로 국론이 분열된 시기에 모처럼 가슴에 와 닿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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