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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만학'이란 늦은 나이에도 공부한다는 뜻이다. 이는 조선 유학사회 선비들의 전통적인 학문 습관으로 일생 책을 벗 삼고 사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겼다. 공자도 논어 첫 머리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맞추어 그것을 복습한다면 역시 기쁘지 않겠느냐)라고 하여 독서를 최고의 즐거움으로 쳤다.

조선 중종 때 설옹 양연(雪翁 梁淵)은 젊은 시절에는 놀다가 40세에 북한산 중흥사에 들어가 과거 준비를 했다. 당시 이 나이면 만학이었는데 그가 장인에게 문방사우를 보내달라고 한 시가 재미있다.

'책상의 불빛은 어둡고 물빛은 깨끗하네. 관성(管城, 붓)은 내가 바라는 바요, 더불어 저선생(楮先生)을 기다리네'

조선 효종 때 증평출신으로 임금한테도 칭찬받았던 백곡 김득신(栢谷 金得臣). 회갑이 가까운 59세에 과거에 급제한 노력파다. 그가 죽을 때 까지 읽은 책은 기록적이다. 사기(史記) 백이전만 1억3천번이나 읽었다니 혀를 내두를 만하다.

백곡은 늦은 나이에도 책을 사랑하여 80세까지 살았다. 증평군은 백곡 문학관을 지어 불굴의 만학정신을 기리고 있는데 '조선 최고의 독서광'이란 별칭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 언론계의 거물이셨던 고(故) 홍종인 회장은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칼럼을 썼다. 주변의 지인들이게도 직접 편지를 써 보냈다. 역사 고고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고인은 청주 플라타나스 숲에 대한 추억이 있어 간혹 청주에 내려오곤 했다.

필자가 국장시절 쓴 칼럼을 읽고는 반드시 소감을 써 보내주었다. 80년대 중반 필자는 건축가 고 김수근 박사가 운영하는 '공간'이란 잡지에 약 3년간 '한국의 폐사'를 연재 중이었는데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평양이 고향이었던 홍회장은 당시에도 역사 고고학에 대한 책을 자주 읽는다고 들려주었다. 특히 한국의 구석기 문화에 대해선 평소의 지론을 펴기도 했다. 생전에 충북대 이융조박사가 발견하여 세계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충북의 여러 유적을 한번 봤으면 했는데 이 소망은 이루지 못했다.

불교미술 최고 권위자였던 고 황수영박사도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특강을 나가고 학술지에 논문을 썼다. 황박사의 제자였던 정영호박사는 80이 넘은 나이에도 한국문화사학회를 이끌고 대마도는 물론 전국의 유적을 조사하고 다녔다. 새로 찾아지는 불교 유물이 있으면 논문을 써 학계에 보고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주도(主都) 팔레르모에 사는 주세페 파테르노(96)씨가 최근 팔레르모대에서 역사학·철학 전공으로 최우등 학사 졸업장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역대로 가장 늦은 나이에 학사모를 쓴 사람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96세의 노인이 대학에 입학,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장수하고 싶으면 학교를 더 오래 다녀라'. 의학 전문가들은 오래 사는 요인으로 '교육'을 꼽는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제임스 스미스박사는 '더 많이 배울수록 미래를 계획하고, 건강을 해치는 쾌락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만학으로 제2모작 인생을 살아가는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인생을 정리할 나이 '삶의 최고 보약은 바로 공부'라는 것을 실천하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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