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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필자는 몇 해 전 전북 익산시에 있는 미륵사지를 답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물관이 쉬는 월요일이었다. 박물관을 볼 수 없겠다 생각했을 때 시청 문화재과 학예사 한분이 박물관 문을 열어 주겠다고 나섰다.

친절하고 책임감 있는 학예사는 동행하며 조언을 해 주었다. 미륵사 창건과 출토된 금판경등 유물을 가지고 얘길 나누었는데 선화공주에 대한 설화에 대한 나의 주장을 곰곰이 경청하기도 했다.

익산시는 다른 자치단체와는 달리 문화재 전담과가 따로 있었다. 문화재 행정 전문가들도 다른 자치단체와는 달리 두루 갖추고 있었다. '익산의 문화재 행정이 이렇게 앞서 있구나'하는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20대 후반부터 주말이면 익산 왕궁리 절터와 미륵사지를 답사했다. 왕궁리의 유적과 미륵사지는 백제 말기의 별도(別都)로서 신비로운 유적이었기 때문이다.

황토색 짙은 구릉에 자리 잡은 왕궁리에 가면 백제 와편이 즐비하게 뒹굴었다. 왕궁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제적사 절터에는 백제인들이 다루었던 유리구슬까지 출토됐다. 익산시의 유적 답사는 교육사이셨던 고(故) 송상규 선생이었다.

필지가 익산을 가면 송선생은 부인을 건넛방으로 보내고 나와 함께 밤을 새워 백제 와전과 미륵사지에 대한 토론을 벌이곤 했다. 내가 익산 유적에 대한 더 없는 애정을 갖게 된 것도 송선생의 따듯한 영접이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40년이 가까운 옛 날 얘기지만 버스를 타고 비포장 길을 달려 왕궁리에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 익산 왕궁리 미륵사지 유적은 눈부실 만큼 정비됐다. 자치단체와 익산 유적을 사랑하는 시민 정신이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만든 힘이 된 것이다.

40여 년 전 충북도 문화재 행정은 많이 뒤쳐져 있었다. 문화재계에 연구관 한 명이 문화재 행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때였으므로 지프가 없으면 유적답사가 어려웠다.

필자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위촉 문화재 위원이었는데 정종택 지사의 배려로 주말이면 항상 지프 한 대를 조사용으로 배정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요청만 하면 비서실장이 공보용 지프를 배차해 줬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때 금강, 남한강 일대 등 충북도내 각 지역의 유적 조사가 많이 이뤄졌다. 청주에서는 서원학회, 충주에서는 예성동호회 등 민간 학술 활동이 활발해져 빛을 찾지 못하는 문화유산을 조사 공개하기도 했다. 관과 학계 민간학술활동의 노력으로 전국 7대 고도문화권인 중원문화권이 설정되는 계기가 됐다. 정종택 지사의 노력으로 공주보다 먼저 국립청주박물관이 건립됐다. 우리 충북인들은 앞서가는 문화행정에 공이 있는 정종택 지사의 노력을 기억해야만 한다.

최근 충북도의회에서 문화재 전담 부사가 없다는 의원의 쓴 소리가 있었다. 충북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 12점, 보물 95점과 등록문화재 30점, 도 지정문화재 529점, 문화재자료 92점 등 모두 835점의 지정문화재가 있다. 그런데도 전국 광역도 가운데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문화유산 관련 분야의 정부정책 변화에 따라 새로운 사업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조직과 인력, 예산은 전국 최저 수준이라고 했다. 30~40년 전의 낙후된 행정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충주 신라 중원경 유적, 영동 악성 난계선생 유적 등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지역의 여망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역량 있는 독립 문화재과의 신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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