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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우리 옛 민화에 효제도(孝悌圖)라는 것이 있다. 한 눈에는 금방 알아 볼 수 없는 동식물을 글자로 표현한 것인데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를 그린 것이다. 사람들이 실천해야하는 8가지 덕목을 피카소 그림처럼 재미있게 형상화 했다.

효(孝) 그림에는 잉어, 죽순, 부채, 거문고가 등장한다. 왜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일까. 부모가 병을 앓자 한 겨울 강에 나가 얼음을 깨고 잉어와 죽순을 구해 봉양했다는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효행록이나 전국에 산재한 정려(旌閭)의 내력을 살피면 이런 얘기가 제일 많다.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효촌리에 있는 '효자경연지리'의 주인공 경연(慶延)은 세조때 인물이다. 아버지가 병석에 눕자 겨울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봉양했다.

경연이 살고 있었던 마을에 양수척(楊水尺)이란 유기장이 있었다. 양수척은 배우지 못하여 성질이 포악했는데 경연의 효에 감동되어 효자가 되었다. 효자가 된 양수척을 기리기 위해 세운 효자비가 지금도 청주시 상당구 운동동 비선마을 입구에 서있다.

효제도의 '제(悌)'자는 비둘기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먹을 것을 서로 양보하는 형제간 우애를 나타낸 것이다. 필자도 잘 그려진 '효제도'를 한 점 구하려 골동가게를 돌아다녔지만 값이 비싸 연대가 짧은 작품 하나를 구해 소장하고 있다.

유교사회에서는 효제를 제일 우선해야 할 덕목으로 삼았다. 소리꾼들이 즐겨 부르는 단가 사철가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효제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부모 불효하는 놈, 형제 화목 못 허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 버리고...'라고 목청을 높인다.

고전 흥보전을 보면 옛날에도 형제간 우애를 실천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놀부인 형은 집에서 무위도식하던 동생 흥보를 매몰차게 내 쫓는다. 놀부는 본성이 본래 패악하였는데 판소리 흥보가 대사에 이런 표현이 있다.

..(전략)..사주병 비상넣고 새 망건 편자 끊고 / 새갓 보며는 땀띠 떼고 앉은뱅이는 태껸 / 곱사둥이 되집아 놓고 봉사는 똥칠허고 / 애밴 부인 배를 차고 길가에 허방놓고 / 옹기전에다 말 달리기 / 비단전에 물총 놓고... 이 놈의 심사가 이래노니 삼강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이런 모질고 독한 놈이 세상 천지 어디가 있드란 말이냐...(하략)

18년 동안 땅 끝 마을 강진에 유배되었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아비 없이 큰 두 아들에게 간곡한 편지를 썼다. 어머니에 대한 효성과 형제들의 우애를 강조한 '효제'였다.

다산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것을 당부했다. '효제를 실천해야 학문에 뜻을 둘 수 있고, 그 다음 독서를 할 수 있으며, 글을 쓸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서울 양천구 한강변 공암에는 '투금탄(投金灘)'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형제가 한강에서 금덩이을 주어가고 배를 탔다. 그런데 강 가운데 와서 동생이 금덩이를 물에 버린 것이다. '그동안 형님을 사랑했는데 금덩이를 나누다 보니 형님이 미워졌습니다. 금덩이를 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형도 자신이 갖고 있던 금덩이를 강물에 던지고 말았다. 금덩이 보다 형제간의 우애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설화다.

인기 방송인 박수홍씨가 친형 부부에게 거액의 횡령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30년 동안 매니저 역할을 한 친형과 형수가 박수홍의 모든 출연료를 제대로 정산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부터 '효국', '효제향'으로 불린 한국의 모습이 흐려지고 있다. 각박한 세상이 되다 보니 재산이나 돈 앞에서는 형제간의 의리마저 사라진지 오래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의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재삼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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