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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옛날 첩에서 낳은 자식들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를 면전에서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 부모 또한 자식으로 대접하지 못했다. 허균의 홍길동전은 서자출신인 실제 친구 유희경을 모델로 삼아 그렸다고 한다. 천재 이단아 허균은 이런 제도에 대한 저항을 하다 미움을 받고 끝내는 저자거리에 참수됐다.

유희경은 당대 천재 시인으로 부안기 매창의 연인이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아름다운 시는 지금도 현대인들의 심금을 울려준다. 유희경은 서울에서, 연인 매창은 부안에서 인편에 시를 주고받았다. 오지 않는 연인을 매양 기다리는 매창의 한과 슬픔이 묻어있는 명작이다.

아들이 없는 재상들은 대를 끊길 것을 염려하여 첩을 들여서라도 아기를 낳았다. 종손은 아우의 아들을 입적시켜 양자를 삼기도 했다. 추사 김정희 선생도 백부 김노영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월성위(月城尉.영조의 사위) 가문의 종손이 됐다.

조선시대 한 대감이 아들이 없자 80세에 노비를 첩으로 삼아 득남했다. 고을의 여러 유지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앞을 다퉈 찾아오며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시를 헌정 하는 등 야단법석이었다고 한다. 대가 끊어질 위기에서 소망을 이뤘으니 첩의 자식일지라도 매우 기뻤던 모양이다.

아들을 바라는 기자(祈子) 풍속은 선사시대부터 있어 왔다. 7000년전 중국 우하량 홍산문화 유적에서는 남자 심벌 모양의 유물이 많이 출토되었다. 여인들이 목에 걸고 다니면 아들을 낳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 민족의 기자풍속도 뿌리가 깊다. 선사시대 바위에 구멍(穴)을 만들어 둥글게 가는 풍속도 다산과 기자신앙의 양태다. 남근석을 숭배하고 선돌에 새끼를 둘러 치성하기도 했다.

근세까지도 새댁들이 특정한 물건을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은밀한 장소에 숨겨 두기도 했다. 부적을 베개 속에 두기도 하고, 도끼를 만들어 몸에 지녔다고 한다.

또한 돌부처의 코를 갈아 먹는 기속(奇俗)도 있었다. 절터를 답사하다 보면 코가 많이 훼손 된 부처들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로 수난을 당한 것이다.

아들이 귀한 집 할머니는 매일 밤 장독대에 정한수를 떠 놓고 삼신할미에게 점지를 빈다. 지금도 이 같은 풍속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아들에 대한 집착은 나이든 할머니들에게서 더욱 간절하다.

요즈음 세태는 '아들을 낳으면 기차여행을 하고, 딸을 낳으면 비행기를 탄다'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아들을 낳으면 며느리와 사돈댁에 빼앗긴다는 유행어도 있다. 자녀들이 혼기를 훨씬 넘었어도 결혼하지 않는 것을 고민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얼마 전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아들의 도박과 관련 '대통령 아들은 사실상 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들에게 장성한 자식을 잘못 가르친 것을 사과하면 될 것을 아들은 남이라고 하며 비난 화살을 피하려 한 것이다. 자식을 목숨처럼 생각하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기도 하는 한국의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 답변은 아닌 것 같다.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 아닌가. 30을 넘은 미혼의 나이는 보호해야 할 피붙이다. 비뚤어질 때 부모에게 무한 책임도 따른다. 문제를 일으킨 아들이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해 내 자식이 아니라는 논리를 편다는 것은 자기만의 합리화이며 위선이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게 한 조선시대 서자 폐속(弊俗)이 생각나 적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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