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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1.20 17:56:54
  • 최종수정2021.01.20 19:53:54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북송 제8대 황제 휘종(徽宗.趙佶)은 예술가였다. 글씨, 그림, 시를 짓는데도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국립대만박물관에 소장 된 휘종의 매화도를 보면 그 품격이 대단하다. 너무 예술에 심취한 나머지 그만 국정을 게을리 하여 북방 금나라 군에게 잡혀가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휘종이 지었다는 '궁매분담(宫梅粉淡)'이란 시는 궁궐에 핀 봄 매화를 노래한 것이다. 구중궁궐에 갇혀 봄에 핀 매화를 완상한 풍모를 그린 것인데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비유하여 슬픈 구석이 있다. 시제는 봄이 오는 것을 노래하네(声声慢.春)이다.

'성성만'은 북송의 여류문인 수옥 이청조(漱玉 李淸照)가 먼저 죽은 남편을 그리며 쓴 서정시다. 휘종이 수옥의 시를 사랑하여 시제를 이렇게 붙인 것인가.

궁궐의 매화나무가 꽃잎을 날리니(宫梅粉淡) / 냇가 버드나무도 고르게 피네(岸柳金匀) / 황궁에도 봄이 잠깐 돌아오는 경사(皇州乍庆春回) /대궐문 끝에(凤阙端门)/높은 대를 세워 봄을 맞네(棚山彩建蓬莱) - 필자 의역

휘종의 이런 매화사랑을 흠모하여 후대에는 도자기에 궁매분담 시구를 각자해 즐기는 풍모가 있었는데 그 중 청나라 건륭황제가 유명하다. 황제가 송나라 명품 여요(汝窯) 자기에 직접 휘종의 시를 새겨 완상한 도자기는 천문학적 가격에 경매되었다고 한다.

매화 사랑이라면 조선 유학의 태두 퇴계 이황(退溪 李滉)을 빼 놓을 수 없다. 퇴계문집에 매화를 읊은 것이 107수나 된다. 퇴계는 왜 이렇게 매화에 특별한 집념을 가졌던 것일까. 찬 겨울을 인고하여 요염하게 피는 매화를 선비의 기상으로 여긴 것일까.

단양군수로 재직한 48세, 9개월 남짓 짧은 재직기간 동안 매우 인상적인 로맨스가 있었다. 바로 나이어린 두향이란 관기였다. 지방 수령은 관청에 소속된 관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을 지녔다.

당시 퇴계는 두 번째 부인마저 사별하고 홀로 임지에 부임하여 외로웠다고 한다. 두향은 소리를 잘하고 악기도 잘 다뤘다. 그런데 이 어린 기생은 애지중지하던 아름다운 분매(盆梅)를 퇴계에게 선물로 주었다. 매화를 좋아한 퇴계가 두향의 분매를 선물 받고 매우 감동했다.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전략)나는 세상을 비추는 달이려니 / 몇 생애를 살아야 매화가 될까(후략)'

두향을 단양에 두고 냉정하게 고향 안동으로 돌아 온 퇴계는 매일 매화시를 써 그리움을 달랬다. 눈발이 흩어지는 이른 봄날 옥빛으로 피어나는 연한 꽃잎을 두향으로 생각한 것인가. 두향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퇴계는 속 마음을 토로하지 못했다. 멀리 떠나고서야 두향을 생각하는 정이 더했던 모양이다.

퇴계는 임종하는 날 아들에게 매화분에 물을 주라고 유언했다. 가냘프게 피어나는 꽃을 죽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세상에 홀로 남겨 진 두향을 보살펴주라는 속마음을 어느 누가 알았겠는가. 두향은 퇴계가 임종하는 날 강선대에 꽃잎처럼 몸을 날렸다. 임의 저승길을 함께 가기 위한 것이다.

지인의 사무실에서 대한(大寒) 추위에 요염하게 피어나는 분매(盆梅)를 감상했다. 쉽게 보지 못하는 진귀한 분매로 두향과 퇴계의 애틋한 비련이 생각난다. 이른 봄날 코로나가 좀 시들면 단양 강선대에 가서 매화향 부터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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