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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소에게는 코뚜레가 있다. 인간이 소를 부리기 위해 발명한 대단한 장치다. 코뚜레가 없는 소는 사납고 저돌적이다. 그러나 코를 한번 뚫어 놓으면 매우 양순해 진다.

 동물 가운데 인간과 가장 깊은 관계를 지닌 동물이 소다. 사람 보다 몇 십 배의 힘으로 밭을 갈고 짐을 나른다.

 이런 이로운 짐승을 인간은 너무 비정해 농사일이 끝나면 잡거나 내다 파는 것이 상례였다.

 몇 년전 소와 노인의 운명적인 삶을 그린 워낭소리가 영화팬들의 심금을 자극했다.

 소는 말은 못하지만 주인과의 이별 앞에서는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들은 죽음을 알고 버둥대며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옛날에는 한국인들이 돼지고기보다는 쇠고기를 좋아했다. 유가에서 큰 제향 때는 대부분 소를 잡았다.

 냉장고가 없던 시기 돼지고기는 쉽게 상해 식중독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 것도 이유일 것이다.

 중국에 사신으로 갔던 고위관리들은 돼지고기를 즐기는 중국인들의 식성에 구역질이 나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고려 시대 청주 명문가였던 문신 곽예는 연꽃을 매우 사랑해 아호를 연담(蓮潭)이라고 자호했다.

 인품이 훌륭해 당시 장원급제자 가운데 오만한 자들을 가리켜 성자(聖者)라고 불렀으나 연담은 이런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연담이 비오는 날이면 개경 왕궁 옆에 있던 용화지에 나가 신을 벗고 이를 완상했는데 후대 문사들은 이 풍모를 가리켜 주염계(周濂溪·중국 송나라 때 연꽃을 사랑한 학자)의 풍류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연담이 소와 말의 도살을 금지하자는 우마도살금재법을 건의 한 것은 고려사 열전에 나온다. 인간에게 은혜를 준 동물을 잡아먹는 것을 인(仁)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시기 이 법이 시행됐을지 모르지만 조선시대 들어서도 쇠고기에 대한 선호의식은 식지 않았다.

 불가에 십우도(十牛圖)라는 그림이 있다. 심우도(尋牛圖)라고도 하는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소를 길들이는 것에 빗댄 10단계의 그림이다. 즉 불도(佛道)를 터득하는 불자의 수양의 과정을 담은 것이다.

 이 그림은 우리보다는 중국에서 유행해 황실이나 귀족들이 도자기에 그리거나 걸개용으로 만들어 소장하는 것을 즐겨했다.

 청주 우암산을 와우산, 목우산 혹은 목암산이라고도 부른다. 소 우(牛)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

 목암산이라고 한 것은 청주감옥에서 석방돼 일시 이 산에 은거했던 고려 삼은(三隱) 중의 한분인 목은 이색(李穡)과의 연관설화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우암산에는 많은 통일신라, 고려시대의 불교유적 유물이 남아있다.

 불가의 목우도(牧牛圖)는 동자가 소를 길들이는 과정의 그림으로, 소에 코뚜레가 있다.

 인간은 세파에 찌들어 본성을 찾는 것이 힘들다. 목우도는 욕심이 없는 무심한 상태에서 심법(心法)을 공부하는 첫 단계라고 한다. 목우산이란 명칭의 연기가 목우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권력에 대한 야욕과 음모, 부정, 불공정, 법의 유린은 모두 없어져야 할 과제들이다.

 지난해는 이런 가치의 혼돈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국민들마저 어렵게 보낸 한해 였다. 새해 들어서도 분노의 여진이 식지 않고 있다.

 '착한 본성의 회복'이야 말로 소띠의 해를 시작하면서 한번 음미해 볼 '심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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