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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4.20 15:21:22
  • 최종수정2022.04.20 19:53:43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봄은 진달래부터 온다. 산야에 가면 수목은 황량하지만 반갑게 맞이하는 꽃이 진달래꽃이다. 진달래를 한자어로는 두견화라고 했다. 고대 중국 촉나라 임금 두우가 아내를 빼앗기고 원망하면서 죽어 두견새가 됐다. 두우가 한으로 피를 토하며 울었다고 하며 그 피가 꽃에 물들었다고 한다.

영월 깊은 산골에 유배된 노산군(단종)은 봄날 두견새 우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여 시로 읊었다. 지금도 청령포에는 유독 진달꽃이 만발한다.

달 밝은 밤 자규 새 슬피 우는데 / 슬픔을 머금고 난간에 기대었더라 / 네 울음 슬퍼 내 듣기 괴로우니 / 네 소리 없다면 내 슬픔도 없으련만 / 세상 괴로운 사람들아, 내 말 들으시오/ 춘 삼월 자규 새 우는 명월루에는 오르지 마소(月白夜蜀魄啾 含愁精倚樓頭 爾啼悲我聞苦 無爾聲無我愁 寄語世上苦勞人 愼莫登春三月子規 )

김소월이 영변 약산에서 부른 진달래도 우수가 어린다. 님을 떠나보내며 가는 길에 진달래 꽃을 뿌린다고 했다. 피를 토하며 울었던 두우의 심상이 아닌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 영변에 약산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어린 시절 필자의 아버지는 산에 나무를 하고 내려오시면 한 아름 진달래 꽃 다발을 만들어 가지고 오셨다. 진달래꽃은 먹을 수 있는 꽃이었다. 어머니는 진달래꽃를 질박한 항아리에 담아 설탕을 부어 넣었다. 한 여름 묵혀두었다 숟갈로 퍼먹으면 그야말로 진달래 향이 감도는 꿀이다. 한 숟갈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추억이 그립다.

진달래꽃으로 빚은 두견주는 명주반열로 남녀 상열의 합환주를 가리킨다. 신방에서 신혼 남녀가 수줍게 얼굴을 돌리고 마시는 술이다. 당진 면천주는 한산 소곡주와 더불어 충남의 대표적 명주로 손꼽힌다.

남도 민속에는 시집 못가고 죽은 총각, 처녀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꽃이라고 했다. 처녀가 죽은 무덤에는 총각들이, 처녀 무덤에는 총각들이 진달래 꽃 무덤을 만들어 주는 기속이 있다. 이 것을 진달래 무덤, 두견총 이라고 불렀다. 꽃 무덤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죽은 처녀 귀신과 총각 귀신이 해꼬지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진달래 꽃 가운데 백합과 비슷한 하얀색의 두견화가 있다. 일명 선녀화라고 불리우는 꽃이다. 세종 때 '양화소록'의 저자 강희안은 백두견을 연분홍두견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백두견은 5품, 홍두견은 6품을 매긴 것이다.

충남의 알프스라고 하는 옛 백제 복국군의 마지막 저항지 칠갑산에는 백두견이 만발해 있다는 소식이다. 백합처럼 정결한 하얀 색이다. 나당연합군과 처절하게 싸우다 산화한 백제 전사들을 잊지 못해 피는 상사화인 것만 같다. 선녀화에는 백제 상흔의 슬픈 역사가 어려 애틋한 정이 간다.

단양 소백산 계곡마다 진달래꽃이 만발했다. 강선대에는 퇴계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어린 기생 두향의 비련이 어린다.

조금 있으면 단양팔경이 모두 철쭉 장관을 이룰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출을 못했던 국민들이 거리두기가 해제되어 이제 숨통이 트인 것 같다. 아름다운 충청의 산하를 찾아 마음껏 심호흡을 했으면 한다. 자연처럼 힘든 몸을 치유하는 대상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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