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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0.19 15:07:07
  • 최종수정2022.10.19 15:07:07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단양은 늦은 봄 철쭉이 제일 장관이다. 소백산 연화봉 부터 국망봉까지 4.5㎞ 구간 곳곳의 철쭉터널은 상춘객들을 사로잡는다. 철쭉은 과거 조선시대에도 장관을 이루었던 것인가. 조선 유학의 태두 퇴계 이황은 단양군수로 재직하면서 철쭉풍경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울긋불긋한 것이 꼭 비단 장막 속을 거니는 것 같아 / 호사스러운 잔치 자리에 왕림한 기분이네'

단양기 두향과의 사랑을 마음속에만 두고 그녀가 선물한 매화분을 평생 옆에 두고 완상했다는 퇴계.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단양군수로 재직하다 안동 고향으로 돌아 온 퇴계는 매화시 100편을 남겼다.

백편의 시가 모두 두향을 그리워 한 것은 아닌지. 일설에는 운명하면서 두향이 선물한 매화분이 죽을 까 봐 물을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홀로 산창에 기대서니 밤이 차가운데 / 매화나무 가지 끝엔 둥근 달이 오르네 / 구태여 부 르지 않아도 산들바람도 이니 / 맑은 향기 저절로 뜨락에 가득 차네

(獨倚山窓夜色寒 梅梢月上正團團 不須更喚微風至 自有淸香滿院間)

매화나무 가지 끝에 걸린 등근 달을 혹 두향의 얼굴에 비유한 것은 아닐까. 맑은 향기는 바로 두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만 같다.

단양 곳곳에는 퇴계와 두향의 숨은 사랑이 깃든 유적이 여러 곳이다. 구 단양읍에 있는 이층 누각 이요루(二樂樓), 구담봉이 바라보이는 강선대(降仙臺)는 두 사람이 시를 화답한 곳으로 아름다우면서 애처로운 사연이 숨겨져 있다.

요즈음 단양 곳곳의 단풍이 절경이라고 한다. 가곡면 보발리와 영춘면 백자리를 고갯길 보발재도 새로운 관광지가 되고 있다. 한 신문이 이곳을 소개한 글이 눈길을 끈다. '오색단풍 속에 숨어 뱀이 똬리를 튼 듯 보이며, 그 절경이 한 폭의 그림과 같아 탄식이 절로 난다'

탄식이 나올 정도라니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치솟는다. 지도로 보발리 가는 길은 살펴보니 바로 역사의 길이 아닌가.

단양읍에서 출발하면 도담리를 거쳐 가곡면을 질러간다. 도담(島潭)은 조선 개국 공신 삼봉 정도전의 설화가 있는 곳이다. 남한강변 덕천리는 고려 때 유명한 사찰 덕천사(德泉寺)가 있던 유적이다.

보발재는 향산리 삼거리에서 꺾어져 들어간다. 이곳에도 고려 때 세운 삼층석탑이 남아있다. 신라 석탑의 유형을 계승해 단아하고 아름답다.

이 탑으로 미루어 향산리에도 사찰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마을 주변을 돌면 공터에는 옛 와편이 뒹굴고 있다.

보발재는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가 있는 백좌리로 가는 길목 고개 정상에 있다.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군청에서 지난해 500여 주의 단풍나무를 추가 식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발재 단풍소식이 입소문을 타고부터 주말이면 전국에서 찾아 온 관광객들도 붐비고 있다는 것이다.

단양은 사계의 풍경이 모두 아름답지만 마을마다 역사의 향기가 숨 쉬고 있다. 보발재 단풍을 구경하면서 퇴계와 두향의 애처로운 사랑의 길도 답사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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