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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7.22 15:46:56
  • 최종수정2020.07.22 15:46:56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고대 삼국 가운데 어느 나라 군이 가장 강했을까. 혹자는 고구려 군이었다고 말한다. 광개토대왕 때 기병 5만 대군으로 요동 대륙과 한반도를 파죽지세로 석권했다. 신라, 백제는 무릎을 꿇고 치욕적인 부용국이 됐다.

그러나 6세기 중반에 들어서 신라 군대는 갑자기 강성해 졌다. 신라군은 소백산 일대에서 철옹성을 쌓고 주둔했던 고구려군을 몰아내고 한강으로 진입하였으며, 백제의 중요한 거점마저 정복해 버린다. 자신에게 어여쁜 딸까지 시집을 보낸 장인 격인 성왕을 옥천에서 잡아 목을 베는 극단적인 사태마저 감수했던 것이다.

20세 안팎의 젊은 나이인 진흥왕은 전쟁터를 돌며 군사들을 격려하고 신 정복지를 순수했다. 백제와 고구려 세력에 눌려 소백산 아래서 겨우 기지개를 켰던 신라가 왜 이처럼 강한 군대로 태어난 것일까.

진흥왕에게는 수 만명의 결사부대가 있었다. 전쟁에 나가면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신조로 삼은 젊은 군대가 있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청소년 집단 화랑들이 나오기 전에도 신라군은 이런 결사정신으로 무장했다. 무사들은 전쟁에 나가 장렬하게 죽는 것을 생의 가장 큰 영예로 삼은 것이다.

화랑들은 세속오계의 하나인 임전무퇴(臨戰無退)를 제일 중요시 했다. 진평왕대 찬덕은 가잠성 성주로 성을 지키다 군사들과 함께 모두 전사한다. 그런데 찬덕의 아들 해론도 지금의 한강인 한산을 지키다 아버지처럼 전사했다. 사람들이 이들 부자의 죽음을 애도한 향가를 지었는데 바로 장한가(長恨歌)였다.

역사상 가장 빛나는 전쟁은 675AD 매초성 전투였다.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은 왕도마다 도호부를 설치하고 신라마저 지배하려 했다. 신라는 처절한 항쟁으로 당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려 했다. 당은 말갈 연합군을 앞세워 20만 대군으로 쳐내려 왔다.

신라군은 지금의 연천 매초성 계곡에서 대군을 막아섰다. 이곳을 잃으면 한강이 무너지게 되고 서라벌로 내려가는 것은 쉬운 죽 먹기였다. 신라군은 결사로 각오한 낭당(郎幢)을 앞세워 당나라군과 격전을 벌인다. 당나라 20만 연합군도 결사항전의 장벽을 허물지 못했다.

패전 당군은 그 이후 신라정복의 야욕을 접고 말았다. 중국 후세 사가들이 '가장 강한 군대가 신라군(조선군)이라'고 기록한 것은 이 전쟁의 참혹한 패전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앞장설 테니 내가 물러나면 나를 쏴라' 6.25 당시 국군 제1사단장 백선엽장군은 다부동 전투에서 임전무퇴의 각오로 싸워 북한군을 격퇴, 낙동강 방어선을 지켰다. 백장군의 결사의지가 바람 앞의 촛불과 같았던 자유대한민국을 살린 것이다. 연천 매초성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은 신라군의 감동어린 역사가 연상된다.

영웅 백장군이 100세를 일기로 영면, 지난 15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우리 군 관계자들 보다 전직 미군 장성들이 앞을 다투어 고인의 위대한 군인정신을 추모했다.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는 '임전무퇴의 정신'은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교재에도 등장한다.

백장군이 우리민족에게 총을 쐈다고 현충원 안장마저 반대하는 이들이 활보하는 세상이다. 그동안 자유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누린 자유와 행복을 생각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주 백장군의 빈소가 마련되었던 광화문광장에는 빗속에도 수많은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는 유독 젊은 청년들이 많았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있어도 아직 우리 사회는 건강하다. 그리고 미래도 '자유한국'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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