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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조선유교사회에서 양반은 유서(儒書) 읽는 것으로 일과를 삼았다. 농사짓는 것은 노비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 호미를 들거나 밭을 가는 것을 수치로 여긴 것이다. 그러나 실학자 성호 이익(星湖 李瀷)은 시대에 반론을 편다. 지금의 경기도 안산에 낙향해 학문에만 전념했던 그는 이런 시를 지었다.

 밝은 세상 낮은 식솔들과 섞여 사니 / 늙은 농부라 불러도 그 또한 즐겁다네 / 뜰의 잡초 뽑으니 오늘도 피로한데 / 잘 뵈는 곳에 옮긴 꽃 언제나 피려나 / 손으로 키우자니 힘들여야 마땅하고 / 마음으로 보살피자니 머리 써야 마땅하네… (하략)

 성호는 유산 받은 땅을 종가에 돌려주고는 얼마 안 되는 토지만 소유했다.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한가한 시간에는 후진을 가르쳤다. 성호가 후세에 존경을 받는 것은 탁월한 실학사상이지만 농사를 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남 온양이 고향이었던 재상 고불 맹사성(古佛 孟思誠)은 낙향한 후에는 농사꾼 행색에 소를 타고 다녔다. 마을 지나는 과객들이 그가 재상이었다는 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햇볕에 그을린 새까만 얼굴은 영락없이 농부였던 것이다.

 선조 때 이원익(李元翼)은 '오리(梧里)대감'으로 불린 정승이었다. 80세 나이에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는 농사로 소일하며 살게 된다. 오리대감은 매일 돗자리 짜는 것을 낙으로 삼았는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글과 친하려니 노후가 가까웠고 시를 쓰자하니 혼자는 겸연쩍다 / 사람과 사귀자니 어울릴만한 사람이 없구나 / 바둑 장기는 악습이라 좋아하지 않는다 / 돗자리를 짜면서 소일하면 백가지 잡념이 사라진다

 4공화국 시절 감사원장을 지낸 고(故) 신두영은 충남 공주가 고향이다.

 공주고보 출신인 그는 최초로 공무원공개채용제도와 공무원 연금법을 만들었다. 만년에 서울에서 살지 않고 낙향해 원예를 가꾸고 농사를 지으며 소일했다.

 요즈음에도 은퇴를 하면 관직에 연연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이들이 많다.

 김동성 전 단양군수는 현재 단양 사인암 부근에서 아로니아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지난 여름철 단양 사인암에서 김 전 군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검은 얼굴이 더 새까맣게 탄 모습이었다. 그는 '농사는 힘이 들지만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회갑 나이를 훨씬 넘긴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내년부터 경북도에서 5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화제를 낳고 있다.

 이 전장관은 '시간 선택제 임기제 공무원(가급)'으로 채용돼 경북도 농촌 살리기 정책자문관으로 근무 한다'는 것이다. 고대 중국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연상시키는 멋진 모습이 아닌가.

 자, 돌아가자 /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중략) …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략)

 장관 총리등 고위직을 지낸 이들 가운데는 서울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골생활이 아무래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개 중에는 청와대에서 혹시나 불러 줄까하는 권력지향형 인사들도 없지 않다. 대통령이나 총리를 지낸 이들부터 낙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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