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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울주 반구대 벽화는 우리나라 선사시대 암각화 중에서 가장 오래 된 것이다. 국보 제285호로 지정되었으며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바위에 이처럼 많은 선사시대의 다양한 생활상이 어떻게 그려지게 된 것일까.

바위에는 약 300여점의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고래를 사냥하는 매우 사실적인 그림은 약 7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유물이 1971년 전 충북대 이융조 교수 등이 발견한 것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불교유물 전문가인 전 동국대 문명대 교수, 고대사를 하는 고대 김정배 교수도 이 유적을 찾는데 공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아무래도 하단에 기록 된 300여자의 명문이다. 바로 신라시대 젊은 남녀들의 이름이 나타나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들을 화랑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과연 바위에 새겨진 이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가운데 매우 흥미로운 글이 나타난다.

"을사년에 갈문왕이 놀러 와서 처음으로 골짜기를 보았다. 오래된 골짜기인데도 이름은 없다. 좋은 돌을 얻어 글을 짓고 계곡을 '서석곡'이라 하고 글자를 새기게 하였다. 함께 온 벗은 누이인, 아름다운 덕을 지닌 밝고 신묘한 '어사추여랑님'이다."

을사년은 신라 법흥왕 12년(525AD)으로 추정 된다. 등장인물은 법흥왕의 동생인 갈문왕과 그의 연인이자 누이였던 '어사추여랑'이다. 학자들은 이 여인이 갈문왕의 사촌누이이며 둘은 혼인을 기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사회에서는 사촌간의 근친혼이 유행했다.

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정사년(537년)에 갈문왕이 죽었다. 지소부인(어사추여랑.법흥왕비)이 갈문왕을 사랑하고 그리워하여 기미년 7월 3일, 서석을 보러 계곡에 왔다. 이때 셋이 왔는데, 무즉지태왕비 부걸지비(지소부인)와 사부지왕자(갈문왕의 아들)가 함께 왔다.'

갈문왕과 누이 어사추여랑은 진흥왕대 화랑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의 로맨스다. 사랑했지만 결국은 다른 인생을 살았던 남녀의 애련이 엿보이는 글이다. 후에 신라 화랑들도 산천을 유람할 때는 젊은 여랑(女娘)들도 함께 했으며 이들은 많은 추억을 남겼던 것 같다.

그런데 2017년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여당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환경부 장관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책을 강구한다고 울산을 전격 방문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단체 고문이던 현 시장인 송철호 변호사도 참석했다. 김부겸 전 장관은 통상적인 일정이라고 하지만 울산을 찾아 황운하 울산경찰청장과 송 시장 측 인사인 지역건설사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여당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청와대 민주당 정부가 총출동한 것 같은 의혹을 주고 있다. 세계적 유적 반구대 보존대책을 구실로 관권선거를 지원한 것인가. 반구대유적에 일말의 부끄럼도 없는 것인가.

최근 국립박물관은 대통령의 관심사라고 하여 신라 유물도 가야유물이라고 소개하여 전시 하는 등 상식 밖의 일을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학술기관이나 학자들이 청치권력의 입맛을 위해 양심을 버리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학자들의 양식인가.

이제 며칠 있으면 기해(己亥)년을 보내고, 쥐의 해인 경자년(庚子年)을 맞는다. 쥐는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새해를 맞아 다시 태어나는 대한민국, 지혜가 충만한 한 해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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