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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앵두꽃 피면 앵두바람 / 살구꽃 피면 살구바람 / 보리바람에 고뿔 들릴세라 / 황새목 둘러주던 외할머니 목수건 (박용래 '앵두, 살구꽃 피면')

충남 강경읍이 고향인 시인 고(故) 박용래는 고향 강경의 봄 풍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인이 어린 시절 외할머니 목수건을 회상하며 눈물로 쓴 것이다. 박시인의 정감어린 서정시에는 고향 향수가 물씬 묻어있다.

강경은 어떤 도시인가. 일제 강점기 '일 원산(元山) 이 강경(江景)'이란 말이 있었다. 바로 강경 포구가 원산 다음가는 큰 항구였다는 말이다. 왜 강경이 이처럼 제 2항구로 영화를 누린 것일까.

당시 인천에서 내륙으로 내려오는 물자는 육로보다는 바닷길이 편리했다. 충청도 수부 공주도 금강을 낀 도시였으나 큰 배가 닿는 데는 하상이 낮아 문제가 됐던 모양이다. 포구로서 조건이 좋은 강경이 그 대안이 됐다. 장항에서 강경까지는 뱃길로 단 숨의 거리다.

옛날 백제 멸망당시 당나라 수군 13만이 닻을 내린 기벌포도 이 곳으로 상정된다. 강경인근에 상륙하여 육로로 북쪽에 있는 왕도 부여로 진군했다. 신라 5만 대군이 황산에서 치열한 접전을 끝내고 며칠 늦어 합류한 곳도 이 부근이다.

그리고 백제 복국 전쟁 시기(663AD) 일본을 떠난 2만 여명의 원군을 태운 전선이 신라 당나라 연합군에게 패전한 곳을 이 곳으로 비정하는 견해가 있다. 바로 강경서 멀지 않은 파진산(破陣山)이다. 백제와 왜군을 대파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가. 이곳 포구는 예부터 수 천척의 배들이 닿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뱃사람이 많고 내륙의 화주들이 드나들어 포구는 항상 흥청댔다. 이들을 상대로 하는 여관은물론 색주가(色酒家)가 즐비했다. 은행은 물론 조합 기관들이 세워졌다.

강경 상고는 일제 강점기부터 명문 실업고로 유명하며 많은 금융인들을 배출했다. 1970년대까지 졸업생 200여명 중 70 ~ 80%가 은행에 취직했다고 한다. 개교 이래 84년간 2만여명의 졸업생 가운데 1만명이 금융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는 것이다.

강경이 또 예부터 유명한 것은 젓갈시장이다. 국내 최대 집산지로 전국에서 도매업자들이 몰려온다. 재정경제부에 의해 '발효젓갈산업특구'로 지정됐으며 해마다 '전통맛깔젓축제'가 열리고 있다.

강경포구의 별미는 바로 우어회였다. 우어는 웅어로 불리며 조선시대부터 임금에게 진상되어 수라상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으니 역사가 짧지 않다. 강경 포구 몇 집 안 되는 우어회집이 지금도 있는 지 궁금하다.

최근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집중 매입한 목포 창성장 인근 거리도 강경 포구와 같이 근대사 건물이 즐비한 지역이다. 원로 건축학 교수들 가운데는 목포보다 강경지역의 보존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건물들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분산되어 일실될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30년 전 당시 충남지사에게 강경지역의 근대사 건축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도시 전체가 근세사 박물관으로 이를 잘 활용하면 훌륭한 관광지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의가 실현되지 않아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 목포의 근현대사 건축물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앞으로 1천억원 국가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계제에 충남 행정당국은 강경지역도 목포에 버금가는 보존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충북에도 보존과 개발을 통해 지역이익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역사유적이 있는 가를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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