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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1.08 17:45:46
  • 최종수정2018.11.08 17:46:34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세상이 각박해지다 못해 살벌하다. 거제에서 폐지를 줍던 50대 여인을 무참히 폭행, 살해한 사건은 인면수심의 단적인 예다. PC방에서 무시한다는 이유로 알바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에는 말문마저 막힌다. 사람이 할 짓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사건들이다.

 동거녀를 살해하고 함께 목숨을 끊는 사건은 수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딸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사형시켜달라고 하는 청원까지 벌어지고 있다. 자신을 정신병원에 보냈다고 부친을 폭행하지 말리는 어머니를 살해한 40대가 검거 됐다.

 왜 사람들이 왜 이처럼 점점 잔인해지는 것일까. 인간의 본성은 본디 악하다는 순자(荀子)의 '성악설'을 상기시켜준다. 인륜부재의 극단적인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어도 국가는 손을 놓고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마저 잊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위해하고 남녀가 치정에 얽혀 상대방을 위해하는 사건은 요즈음만의 일은 아니었다. 조선 유교사회에서도 이런 유형의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세종실록을 보면 즉위년(1418AD) 10월 4일, 안주의 백성 임부개가 어머니와 소를 가지고 다투다가 어머니의 목을 매어 끄는 일이 있었다. 누이동생이 보고 소리를 지르자 자신의 행동이 탄로 날까 두려워 아우들과 함께 누이동생을 타살했다. 그는 투옥돼 저자거리에서 능지처살을 당했다. 이 사건이 후 세종은 충격을 받아 삼강행실도를 많이 찍어 배포했다.

 중종 35년(1540) 한 무관이 아버지를 폭행해 죽인 죄로 역시 능지처살을 당했다. 당시 중죄인에 대해서는 세 번 심리하는 삼복(三覆)이 기본이었지만, 호세장은 즉시 처형하는 것으로 판결했다. 그가 태어난 고을을 강등시키기도 했다.

 추관지(秋官志)는 정조(正祖) 때 형벌 판례집이다. 그런데 이 기록을 보면 가족살해 사건이 많이 기록돼 있다. 남편이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35건이나 됐다. 왜 이처럼 많은 아내들이 해를 당한 것일까.
 추관지에 기록된 아내 살해 사건은 대부분 살해 요인이 부정(不貞)과 칠거지악(七去之惡)이었다. 일곱 가지 여성들의 죄악은 무엇이었을까.

 칠거지악이란 첫째 시부모를 잘 섬기지 못하는 것, 둘째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 셋째 부정한 행위, 넷째 질투, 다섯째 나병·간질 등의 유전병, 여섯째 말이 많은 것, 일곱째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다. 그런데 특기할만한 것은 피의자인 남편들에게는 관대한 처분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 사회는 칠거지악이 있으면 살인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악습이 존재했다.

 그런데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 사이에는 반대로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범죄인의 연령은 대부분 20세 이하였다.

 동아일보 등 당시 언론보도를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동기는 학대, 불화, 가난, 남편의 만성적 질환, 성생활의 부적응, 불륜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선 개화이후 유교사회의 빗장이 열리면서 여성들이 자아를 되찾고 반대로 남편에 대해 굴종적인 삶을 살지 않겠다는 저항에서 빚어진 것이다.

 IT강국이자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는 한국. 이 시대 세태의 잔혹함은 윤리 무지가 빚은 어둔 이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가 이제는 범죄 경력자들을 폭 넒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은 순자가 상악설의 대안으로 삼은 예치주의(禮治主義)를 위한 사회교육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현 세태를 방치하면 세계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혐오국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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