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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엊그제 부처님 오신날, 많은 사찰들이 연등을 밝혔다. 연등은 청정하고 아름다운 연꽃으로 만든 등이다. 왜 불자들은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다는 것일까. 부처의 자비와 광명이 온 누리에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등을 건다고 한다.

80대 노모가 거는 등과 젊은 부모들이 밝히는 연등의 이미는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누구나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함은 다를 바 없다. 그 정성이 자신을 가다듬고 전능한 부처와 보살의 가호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겪은 역사에서의 5월, 부처님이 오신 달은 매우 잔인했다. 시인 피천득이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우리 민족이 겪은 잔인한 달은 아마 5월이 될 것 같다. 왜 이 달이 민족사에 갈등과 분노와 전쟁의 비극이 되풀이 된 것일까. 부처는 왜 이런 비극을 막아주지 않은 것일까. 많은 사암들의 연등이 내려지기도 전 절망과 탄식의 울부짖음이 가득 찬 것일까.

임진 전쟁을 미증유의 비극이라고 한다. 일본의 침략으로 우리 선조들이 무참히 도륙된 가장 비극적인 환난이었다. 음력으로 4월 13일 이달 27일, 일본 전함이 부산항에 상륙한 날이다. 날이 밝아오는 시각 부산 앞바다에 나타난 엄청난 수의 전함을 보고도 우리 조상들은 전쟁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일본군이 상륙하여 수 만군이 동래성을 포위하면서 길을 비키라고 할 때 이들이 원하는 것을 알았다. 부산을 지키던 병사 정발이 이끌던 정규군은 도망가고 동래성 성문을 굳게 닫고 항전을 한 것은 바로 부사 송상현이었다. 온 몸으로 관인을 끌어안고 사지가 예리한 칼날에 찢기면서도 송상현은 의연하게 항복하지 않았다.

동래성에서는 많은 민관군이 항전하다 무두 죽었다. 심지어 남녀 노비들도 주인을 따라 목숨을 잃었다. 신록이 아름다웠던 그림 같았던 동래성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죽은 부모를 찾는 어린 자녀들, 남편을 잃은 여인들 아들의 주검을 거두어야 했던 노모들의 절규가 하늘을 찔렀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은 가장 슬픈 현대사였다. 민주화의 열망을 차단하려는 군부세력과 이에 저항했던 시민들의 투쟁사였다. 가장 엄정한 군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요를 과잉 진압하면서 유혈 비극은 확산 되었다.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간 학생들, 아침 출근길의 시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목숨을 잃었다. 그 상흔은 아직도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올해로 38주년이나 되었으나 진실 규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기념식에서 "5·18의 숨겨졌던 진실들이 새로운 증거와 증언으로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진실규명을 언급했다.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것은 허망한 욕심에서 비롯됐다. 대륙의 명나라까지 굴복시킬 야욕으로 무모한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한반도에서 엄청난 문화유산을 약탈하고 기술자들과 포로들을 데려 갔지만 이들의 희생도 만만치 않았다. 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군의 전사자도 13만 명에 달한다고 되어 있다. 일본 규슈 어느 마을에는 출전한 장병들이 모두 전사하여 추모비가 세워졌으며 지금도 한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무욕(無慾)'과 무심(無心)은 부처의 가르침이다. 인간사 비극은 모두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 욕심을 버릴 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 역사, 아직도 상흔이 가시지 않는 비극들이 모두 욕심에서 연유한 것이다. 청주 무심천(無心川), 어둠을 밝힌 연등 행렬이 무욕의 진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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