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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올드보이(old boy)'는 늙은 사람이란 뜻이다. 지난 2003년 박찬욱 감독은 최민식을 주연으로 기용, 영화 올드보이를 제작하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가 난해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자신을 가둔 남자를 찾아가면서 벌이는 숨 막히는 추적과 특히 클라이막스가 충격적이었다.

이 영화가 히트한 이후 언론에서 올드보이란 말이 부쩍 유행이 됐다. 색깔이 어둔 영화라 올드보이가 일반에게는 부정적이며 침울하게 느껴졌던 것인가. 하여튼 이 용어가 노인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올드보이란 말이 나쁜 뜻은 아니다. 성경에서는 '올드보이'를 장로나 지도자로 표현하고 있다. 잠언서에는 노인이 되는 것을 일종의 복으로 간주했다.

옛날 동양에서는 40대를 '초로'(初老), 50대를 '중로'(中老), 60대를 '기로'(耆老)라고 했다. 수명이 짧은 것도 이유였지만 40대부터 노인 행세를 한 셈이다.

고대 사회에서도 치자(治者)는 노인들을 보살피는 것을 몸소 실천했다.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신라 유리왕 5년 11월 왕이 순행 중 얼어 죽을 지경에 처한 한 노인을 발견하고 '이는 나의 죄다' 라고 하며 옷을 벗어 덮어주고 음식을 먹여주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는 나이 먹은 관리들의 집합소인 기로소(耆老所)를 만들고 늙은 신하에게는 궤장을 하사했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기로소에 자주 나가 주식을 하사하고 담소하는 것을 즐겨했다.

설날이 되면 80세가 되는 노인들에게는 음식과 술을 하사했다. 100세 노인들을 궁중으로 초치해 세자에게 업어 주도록 했다. 장수 노인을 업으면 수복을 얻는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인재를 기용하는데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세종은 정승 황희를 80세 되도록 임면을 거듭했다. 정조는 8년간 은둔생활을 한 68세의 채제공을 우의정으로 발탁하여 재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좌의정에 임명, 영의정 없는 독상(獨相)의 지위를 주기도 했다. 채제공이 영의정으로 기용된 것은 73세였다. 현군 영조는 나이보다 경륜을 높이 산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신문을 보면 나이든 정치인들의 정치참여를 가리켜, '올드보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노 정치인가운데는 이제 은퇴하거나 출마를 접어야 할 사람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나이가 많다고 모두를 노욕으로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나이는 많다고 해도 젊은이 못지않은 이상과 건강을 지닌 존경받는 이들도 많다. 이들이 지닌 경륜을 국가 사회는 요구하고 있다.

우리처럼 나이를 타부시하는 나라도 없을 것 같다. 미국이나 구라파에서는 90세가 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있다. 재계에서도 80세 CEO들이 활발히 경영에 참여한다. 미국 재계에서 투자의 귀재로 알려 지고 있는 워렌버핏의 나이는 올해 89세다. 버핏과 오찬을 같이하며 좋은 얘기를 들으려면 이십억 이상을 내야 하는 경매에 참가해야 한다.

유태인 격언에는 '늙은 사람은 자기가 두 번 다시 젊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젊은이는 자기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잊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인간이면 누구나 늙으며 생의 법칙이다.

인재 영입을 서두르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당의 원료격인 올드보이들의 정치 재개에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다.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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