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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두 개의 얼굴인 봄바람이다. 꽃샘추위와 훈풍을 지녔다. 온갖 꽃이 만개할 무렵이면 봄바람은 우리네 품속을 송곳처럼 파고들어 심신을 움츠러들게 한다. 봄바람에 혹하여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을 했다가는 감기 들기 십상이다.

자연의 순리인 봄바람에 대한 속성을 쉽사리 해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봄바람이 안겨주는 냉랭함은 겨울의 혹한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그럼에도 봄바람은 왠지 밉상이 아니다. 만물을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개나리, 벚꽃, 산수유, 목련이 한창 꽃 잔치를 벌일 무렵이면, 불어오는 봄바람은 전깃줄에서 미끄럼을 타며 한껏 비명을 내지른다. 급기야는 한바탕 꽃나무들을 흔들고 지나간다. 그 바람에 아파트 정원의 벚나무에선 꽃잎들이 무수히 허공에 흩날렸다. 꽃비가 되어 떨어지는 수많은 꽃잎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노라니 그 모습이 마치 흰 나비 떼 같은 착각마저 든다.

떨어지는 벚꽃 잎을 넋 잃고 바라보다가 문득 바람엔 우주 만물을 때론 심하게 뒤흔드는 특성이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거대한 나무도 뿌리째 뽑고, 웅장한 건물도 넘어뜨리는 힘을 지닌 태풍 아닌가. 이런 바람은 우리네 인생이라고 비켜가진 않는 듯하다. 나 역시 그동안 인생을 사노라 숱한 바람과 마주하였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주위의 뜨거운 교육 열풍에 휘말려 내 자신이 흔들리기도 했다. 이 바람은 너무나 그 강도가 거세었다. 이웃이 자녀를 조기 유학 및 서너 군데 학원을 보낼 때, 집안에서 아이들에게 책만 읽히고 공교육에만 의지하는 나 자신이 심한 불안을 느낄 정도였다. 딸아이들이 성장해서는 결혼이라는 바람이 나를 몹시 뒤흔들었다. 소위 행복을 보장한다는 상대방의 조건을 볼 것인가. 아니면 사람 됨됨이를 따져봐야 할 것인가. 어느 것이 과연 바람직한 딸아이들의 결혼 조건이 될지 참으로 선택이 어렵다. 그럼에도 인성이 첫째라는 생각이다. 평소 도덕과 윤리를 중시하며, 흑백논리가 선명하고, 따뜻한 인간적인 가슴, 지혜와 건강한 육체, 자신의 특기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 직업을 가진 젊은이라면 더 바랄게 없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적어도 며칠 전 마을 뒷산에서 만난 어느 중학생 같은 청년이라면 그야말로 세 딸 사윗감으로서 제격이다. 코로나19로 집안에 갇혀 지내노라니 불안감에 더하여 우울증이 겹치는 나날이다. 갑갑한 마음에 야트막한 마을 뒷산을 찾았다. 경사진 비탈길을 힘겹게 오르다가 낙엽을 밟아 나뒹굴어지고 말았다. 이 때 황급히 누군가 다가와 넘어진 나를 부축하여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앳된 외모의 중학생이다.

" 아주머니! 다치신 데는 없으신가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옷에 묻은 흙까지 친절히 털어준다. 순간 인정어린 그 학생의 언행을 대하자 상처 난 팔꿈치의 아픔도 가시는 듯하였다. 또한 그 소년을 바라보며 왠지 흐뭇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인일일까. 이는 요즘 청소년들의 탈선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집단 성폭행을 하기도 하고, 무면허로 자동차를 운전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 예사다.

어찌 보면 이런 청소년 비행은 가정교육의 부재 탓이 아닐까 싶다. 하긴 이즈막엔 집안에서 흔히 이루어지던 밥상머리 교육도 실종 된지 오래다. 자연 이런 형국이니, 집안의 법도나 가풍이 올바르게 정립 될 리 만무다.

그러나 산에서 그 학생을 대한 후 모처럼 희망을 엿보았다. 그 소년은 모르긴 몰라도 향후 올바르게 성장하여 패악悖惡, 부정, 부패 등의 혼탁한 사회적 조류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이끌 사회의 일원이 꼭 될 것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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