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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21 17:55:41
  • 최종수정2019.02.21 17:56:02

김혜식

수필가

삶을 사노라면 본의 아니게 화가 치밀 경우가 있다. 웬만한 일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이어서일까. 평소 화가 나도 참고 삭히는데 익숙하다. 이는 어쩌면 지난 십 수 년 넘게 화를 참는 일에 적응이 돼서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그야말로 좋은 일 하고 뺨 맞았을 때이다. 어느 여인이 자신이 하는 일이 서투르다며 도움을 청해 왔다. 내가 그 일에 능숙한 것은 아니지만 백짓장도 맞들면 나을 듯하여 미흡하나마 힘을 보탰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면 내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한다'라는 옛말이 맞는 성 싶다. 자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듯하자, 그녀는 네 덕 언제 봤느냐는 식으로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토사구팽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없는 말을 지어내어 험담을 했다. 이로 인하여 나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에 여념 없었다. 남에게 말 한마디라도 서운하게 하는 것을 경계해 왔던 나로선, 그녀의 태도를 지켜보며 황당한 마음뿐이었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받는 마음의 상처는 치료할 묘약도 없다. 배은망덕하고 표리부동한 그녀의 이중성에 인간적 실망을 하며, 추후엔 그 누구도 나에게 손을 내밀면 단호히 뿌리쳐야겠다는 각오까지 하게 됐다. 그녀의 교활함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가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하자 지난날 자신의 치부를 내게 엿보인 것을 무마할 작정인양 걸핏하면 음해하고 모함하기까지 하였다. 비밀을 알면 다친다는 게 이런 경우인가보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그녀를 지켜볼 때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녀를 투명 인간 취급하기로 결심하였으니, 그것은 그녀의 처세 때문이다. 이런 인간답지 않은 행태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조금치라도 자신의 비위에 거슬리면 내게 행했던 횡포를 똑 같이 저지르기 일쑤였다. 지각없는 행동을 대하자 그녀에게 인간적으로 측은지심까지 일었다.

'늦은 나이에 이르도록 왜· 인생을 그리 살까·'라는 생각에 그녀가 안쓰럽기조차 했다. 그 마음은 공식 석상에서 만나는 그녀를 깍듯이 대하도록 이끌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인간적인 교감은 나누지 않기로 하였다. 그럴수록 그녀는 증오심을 스스로 키우며 나를 힘껏 짓밟지 못하여 안달 하는 눈치다. 처음엔 그녀가 야속하고 미웠으나 이제는 그런 마음을 지니는 것조차 아깝다는 생각이다.

어느 사이 그녀 앞에 나는 바다 생선이 되었다. 지난 날 그녀는 내게 짜디짠 바닷물이나 진배없었다. 하지만 바다 속 깊이 사는 심해어 일수록 그 맛이 일품 아니던가. 짜디짠 바닷물 속 플랑크톤을 먹으며 살아가는 고기들이지만 바닷물이 짜다고 뱉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도 때론 짜면 짠 대로, 달면 단 대로, 쓰면 쓴 대로 인생의 맛을 음미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녀의 언행을 통하여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어떤 고통도, 역경도 감내할 때 생이 완성된다는 가르침을 내게 안겨준 그녀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여인으로 하여금 내가 겪었던 마음의 고초가 오히려 삶을 더욱 영글게 해주는 채찍이 되었다.

그녀가 날카로운 이빨을 보일 때마다 나는, 이를 앙다물고 할 일만 묵묵히 이루어냈다. 이를 경험하며 시련과 역경이 닥칠 때마다 그것을 피하기보다는 나 자신이 성숙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는 지혜가 필요한 듯하다. 이 때 고통을 곱씹고, 깊이 정화하고 발효 하여 육화(肉化) 시킨 덕분에 나의 내면이 더욱 단단해졌나보다. 이제는 초탈(超脫)한 듯 마음의 여유와 여백까지 얻었으니, 그녀에게 외려 감사해야 할 일이다. 꼭 훌륭한 면모만 갖춰야 스승인가. 그녀는 나의 내면을 무르익도록 쉼 없이 담금질 해 준 인생 스승이나 다름없다. 이젠 그녀를 만나면 다정스레 손잡고 화안한 웃음을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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