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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평소 행복의 시원(始原)은 어디서부터일지 의문이 일었다. 젊은 날엔 마냥 돈만 많으면 만사가 다 해결되고 걱정 근심도 전혀 없을 듯했다. 그래 이를 앙다물고 물질의 뒤꽁무니만 좇기 급급해 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이 돈을 뒤쫓기보다 돈이 사람을 따라와야 했다. 이는 많은 돈을 벌려면 그에 따른 운도 어느 정도 작용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이 나이에 이르고 보니, 젊은 시절 삶의 태도에 적잖이 오류 및 모순이 많았음을 느낀다. 뒤돌아보니 물질만 숭상한 듯하다. 매사에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바칠만큼 열정을 지녀야 할 뿐만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하여 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것들을 소홀히 하였다.

지난 삶을 성찰하려니 문득 어느 일화가 떠오른다. 평생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무료 진료를 하여 돈벌이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85세로 세상을 떠난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다. 그를 생각하면 지난날 눈앞의 이익만 따지고 집안 곳간만 채우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장기려 박사는 평소 불쌍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퍼주고 걸핏하면 병원비도 받지 않았다. 어느 해 정월 초하룻날, 아침 일찍 애제자가 찾아와 세배를 올리자 장기려 박사는 덕담으로 "새해엔 나 좀 닮아 살아 보아라"라고 했단다. 그러자 제자는 "선생님 닮으면 바보 되게요"하자 장 박사는 껄껄 웃으며 "그래, 바보소리 들으면 성공한 거야. 바보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줄 아니?"라고 응수했단다. 이 장면에서 장기려 박사의 타인에 대한 이타심과 따뜻한 인품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이로보아 장기려 박사는 바보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종잇장처럼 얄팍하고 이기심이 팽배한 현 세태의 가늠자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바보스러운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랴. 더구나 모든 문을 여는 열쇠로 작용하는 게 돈 아니던가. 물질에 눈이 뒤집혀 부모 형제에게 칼끝을 들이대기 예사인 요즘 세태다. 아까운 줄 모르고 덥석 남에게 내 것을 나누어주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잖은가.

어쩌면 장기려 박사는 평소 이타심은 물론이려니와 신념이 매우 강한 분이 분명하다. 신념은 인간에게 위대한 힘을 발휘 하는 근원으로 작용한다. 이 마음은 인간에게 알 수 없는 강한 힘을 불어넣어준다. 현대는 경쟁사회인 탓에 은연중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똑똑한 것으로 자칫 잘못 인식하고 있다. 또 있다. 무익한 남의 일에 소매를 걷으면, 어리석고 타인에게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남을 배려하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베풀며 상대가 무엇으로든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야 말로 인간다운 모습이 아니던가. 이러한 이타심을 평생 삶의 철학으로 삼아 몸소 그것을 실천한 장기려 박사가 이즈막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어인일일까. 미국의 유명한 저술가이자 목사인 노만 필은 자신의 저서 '적극적 사고의 힘'에서 신념과 신앙이 인생의 기적을 낳고 행복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언술했다. 노만 필의 이 언명을 빌리자면 인간은 사고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사실이다. 인간이 행하는 사소한 언행 하나하나가 본인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왜? 바보 되기를 그토록 경계할까? 이는 추호도 자신만은 손해 보는 삶을 살기 싫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사 손익 계산에 서툴렀던 장기려 박사다. 그는 가장 낮은 곳으로 자신을 낮춰 질병의 고통과 삶에 짓눌려 사는 어려운 이들에게 선행을 베풀었다. 이는 신념 없인 어려운 일이다. 밝아오는 새해엔 이런 장기려 박사의 이타심과 확고한 삶의 신념을 닮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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