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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음식이 보약이란다. 특히 여름날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의 냉면은 더위에 지쳐 잃어진 입맛을 되찾아 주기도 한다. 냉면을 유독 좋아하는 필자다. 맛 집을 찾아 나설 정도다. 하지만 즐겨먹던 냉면을 멀리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언젠가 텔레비전 모 방송국에서 방영된 '냉면 육수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부터다.

한국 최고의 냉면집으로 소문난 식당이다. 이곳 사장이 방송에 출현해 고백한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냉면 육수를 순수하게 고기에서만 뽑은 줄로 알았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다. 고기로만 육수를 내면 뒷맛이 밋밋하단다. 이 자연스러운 맛을 손님들은 싫어한단다. 할 수없이 맛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MSG를 넣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날 딸아이들이 어렸을 때 햄 및 인스턴트 음식을 가급적 먹이지 않았다. 조미료도 일체 음식에 첨가하지 않았다. 멸치, 마른 표고버섯, 다시마 등을 분쇄기에 갈은 천연 조미료로 국이나 찌개 등에 사용했다. 당시엔 천연 조미료 맛에 길들여져서인가 보다. 가족들이 이것으로 요리를 해도 별반 불만 없이 잘 먹었다.

하지만 요즘 딸아이들이 집에만 오면 음식 타박을 한다. 된장찌개 맛이 몇 퍼센트 부족하다느니, 필자 음식 솜씨가 전보다 퇴보 됐다는 말로 음식 투정까지 부린다. 이런 딸들의 음식에 대한 불만이 신경에 거슬렸다. 며칠 전엔 생각 끝에 동네 슈퍼마켓에 가서 가장 먼저 사든 게 MSG였다. 그날부터 된장찌개에 듬뿍 이것을 넣고 끓였다. 그 된장찌개를 먹어본 막내딸과 남편은 " 바로 이 맛이야. 이제 제 맛이 나네"라며 표정까지 밝아진다. 사실 그날 끓인 된장찌개는 평소보다 재료도 다소 부실했다. 조미료 덕분에 가일층 맛이 향상 되었을 뿐이다. 이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가족들은 그날따라 필자 음식 솜씨가 월등해진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필자 입맛엔 MSG가 함유된 된장찌개가 비위에 맞지 않았다. 국물 맛이 느끼했다. 또한 된장찌개 고유의 맛이 감소된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필자와 달리 가족들의 MSG에 익숙해진 입맛을 탓할 수만은 없다. 뿐만 아니라 조미료를 사용하는 식당을 나무랄 수도 없다. 지인이 천연 조미료로만 음식 맛을 내어 고객을 맞겠다며 식당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손님들이 MSG를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식당으로 대거 몰리고 있단다. 이것을 본 후 지인 생각이 달라졌단다. 자신도 조미료를 사용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지인의 말에 십 수 년 전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기사가 문득 떠올랐다. 미국 뉴욕에 있는 '단지(Danji)'라는 한국 식당으로서 그 당시 세계에서 처음으로 레스토랑 안내서인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미슐랭 별 하나를 받았다고 했다. 사실 양념 냄새 강한 한식으로써 외국인 입맛에 굴하지 않고 미슐랭의 별을 받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곳의 음식 평가 심사는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식당의 총 주방장인 후니 김 씨가 한국을 방문할 때 인터뷰 한 기사가 인상적이다. 외국인들도 조미료에 매우 입맛이 민감해 이것이 첨가된 음식을 꺼린단다. 그런데 그들이 많이 찾는 자신의 식당에서 부대찌개만큼은 MSG를 넣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부대찌개에 조미료를 넣는 게 정통이므로 자신도 그것을 따른다고 했다. 어느 사이 인공조미료가 한국 음식의 전통 양념으로까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이로 보아 입맛도 시대를 따라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필자 역시 가족들 입맛에 맞추려면 MSG를 넣고 요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천연 조미료를 여전히 고집한다. 음식마저 본질 잃은 것을 섭취하기가 왠지 싫다. 사람도 세진(世塵)이 덜 묻은 사람에게 정이 가잖은가. 그래 올 추석엔 MSG를 가미 안 하여 고유의 맛을 되살리도록 음식을 요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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