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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사람마다 버릇이 있기 마련이다. 필자는 스스로 머리카락을 쓰다듬거나 머릿결을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취미처럼 몸에 배었다. 아마도 이 버릇은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는 듯하다. 어머니께 꾸중을 듣거나 선생님께 숙제 안 해왔다고 손바닥을 맞고 벌을 설 때, 꼭 머릿결을 만지작거렸던 기억이 있다. 젊은 날 이성 앞에서 부끄럽거나 입속을 뱅뱅 돌며 말이 입 밖으로 잘 안 나올 때도 이 버릇이 도지곤 했다. 그러던 것이 이즈막엔 무슨 생각에 골똘히 잠길 때도 머릿결을 만지작거린다. 이 버릇을 고치려고 애썼으나 여태껏 고치지 못하고 있다.

요즘도 무엇이든 촉감으로 느끼고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김치를 담글 때 양념이 매워도 맨 손으로 배추를 버무린다. 설거지도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한다. 하여 항상 독한 주방세제 탓에 주부 습진으로 고생한다.

예쁜 편지지에 존경하는 분, 아끼는 이에게 편지 쓰기를 좋아한다. 친분 있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움의 표시로 포옹을 잘하며, 상대방 등을 손으로 토닥거리곤 한다. 이 버릇을 두고 잘 아는 친구들은 개성이 강해 보이는 겉보기와 달리 가슴이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성품이라서 그렇단다.

얼마 전 제목이 너무나 재미있는 책을 읽은 적 있다. 김정운 지음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김정운이 제안하는 것은 존재 확인의 문화 심리학이기도 하다. 이 책을 펼치면 독일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가 런던 한 화장실에서 러시아 여성 모델을 건드린 후, 아이를 얻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는 여인이 낳은 그 아이를 자기 아들로 믿을 수가 없었나 보다. 유전자 검사를 벌여 자신의 친자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사건 이 후, 당시 유전자 검사가 보편화 되지 않았던 독일 사회에 이것이 유행처럼 번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남성들은 수컷 본능 불안에 시달린다.

이외에도 우리가 가까운 사람이 슬픈 일을 당하면 끌어안거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는 것도 이의 동일선상으로 바라봤다. 껴안아 냄새를 맡고, 만져봐야 불안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간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여성의 몸을 함부로 만질 순 없는 노릇이다. 요즘 여성에게 이런 행위를 행했다가는 성추행 범이 될 수 있잖은가. 그래서 남자들이 터치의 본능을 만끽하기 위해 룸살롱을 찾는 것이란다. 또 있다. 지하철을 타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이 또한 불안해소의 한 수단이란다. '만짐의 본능'이 불안해소의 수단이란 심리학적 논리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자주 머리카락을 만지는 버릇도 불안해소를 위한 인간의 당위적 본능이요, 욕구란 해석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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