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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 진시황 경우만 해도 그렇다. 그는 불로장생을 꿈꾸었으나 허망하게도 50세에 수은 중독으로 천수(天壽)를 다했잖은가. 진시황이 아니어도 무병장수를 꿈꾸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인명은 재천(在天) 아닌가. 누구인들 죽음 앞에 의연할 수 있으랴. 인류가 이 지구상에 존재 한 후, 죽음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간밤에 정겹게 전화 통화를 하던 지인이 밤새 이승을 하직했다는 말도 주위에서 흔히 듣는다. 이게 아니어도 어쩌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죽음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죽음을 희망할 사람은 이 세상 아무도 없다. 자살하는 사람도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삶에 대한 절박함 때문에 오히려 죽음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이제 나이 탓인지 가끔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젊은 날처럼 아등바등 산다는 게 무익하다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또한 구순(九旬)인 친정 노모 병환을 지켜보노라니 인생이 참으로 허망하다는 다소 염세적인 생각도 없지 않다.

지난날 복사꽃처럼 아름답던 어머니 청춘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제는 코앞에 닥쳐오는 죽음의 손아귀가 점점 조여 오는 어머니다. 어린 날, 늘씬한 키에 자잘한 꽃무늬가 수놓인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학교를 찾아왔을 때 어린 눈에도 어머닌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런 어머니가 친구들 앞에서 매우 자랑스러웠다. 지금은 어떤 모습인가.

굽어진 등, 앙상하게 뼈만 남은 팔다리, 주름으로 가득한 창백한 얼굴 등이 요즘 어머니 모습이다. 폐가 거지반 절반 넘게 섬유 화 됐고 폐암까지 앓고 있는 터라 병원에서조차 더 이상 손 쓸 수 없다는 어머니다. 이런 어머니를 지켜보며 언제 어느 때 죽음의 마수(魔手)가 어머니를 덮칠지 몰라 일 분 일초가 불안하다.

어머니께서 질병의 고통으로 죽음 문턱을 넘나들 때마다 라틴어 경구인 '죽음을 기억하라'가 새삼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늘 인간의 한 치 앞에서 서성이는 죽음은 악(惡)이나 벌(罰)이 아니었다. 오랜 인생행로 끝에 인간이 맞는 귀향(歸鄕)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죽음에 대한 경외(敬畏)심을 달리 지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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